'재정 건전성' 강조한 총리 후보자…재정준칙 도입 속도내나
정부, 2020년 '재정준칙 도입방안' 발표했지만 국회 논의 부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임기 1년내 재정준칙 도입 공약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정준칙 도입을 공약한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정 건전성을 새 정부 주요 국정과제로 꼽으면서 재정준칙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5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정부가 2020년 12월 발의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안도 이 가운데 하나다.
재정준칙은 나라 살림(재정 총량)에 적용하는 구속력 있는 수량적 제한을 의미한다. 나랏빚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묶어놓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34개국이 도입했다.
정부는 2020년 10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12월 재정준칙 도입의 근거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법령으로 재정준칙을 규율하면 코로나19 등 위기나 경기 침체 때 재정을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오히려 정부가 제시한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류성걸, 추경호, 송언석 의원은 2020년 각각 대표발의한 재정건전화법안 제정안 및 국가개정법 개정안에서 정부가 제시한 것보다 엄격한(국가채무비율 45% 이하) 재정준칙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재정준칙 도입 논의가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집권하면 임기 1년 안에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 국무총리 후보자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재정 건전성이 없으면 국가의 대외적 신뢰와 중장기적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재정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익 외교·국방 자강, 재정 건전성, 국제수지 흑자 확대, 생산성 확대를 4대 국정 과제로 꼽으면서 "정부가 큰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 항상 어느 정도는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이자 경제부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추 의원도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향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2020년 제시했던 것보다 강력한 재정준칙이 도입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방안은 2025년부터 예산을 편성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단, 한 지표가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다른 지표가 기준치를 하회하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재정준칙은 상당 수준의 총량 관리 노력이 전제돼야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재정준칙 도입을 공약하면서 "정부여당은 2025년 시행을 목표로 '한국형 재정준칙'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며 "재정준칙을 시행하자마자 심각한 재정 긴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경기조절 기능을 유지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일은 지출의 유연성과 재정준칙의 일관성이 모두 요구되는 쉽지 않은 과제"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윤 당선인이 '50조원 추경' 등 약속한 게 많아서 차기 정부가 재정준칙을 도입하더라도 집행 시기는 2025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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