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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한 사람은 왜 아토피, 천식 치료가 잘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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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한 사람은 왜 아토피, 천식 치료가 잘 안 될까
비만이 면역계 교란→염증 유발하는 '도움 T세포' 달라져
미국 글래드스턴 연구소,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보통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린 생쥐에게 면역치료를 하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된다.
그런데 비만한 생쥐에게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겼을 때 같은 치료를 하면 오히려 피부 염증이 더 나빠진다.
이런 일이 왜 생기는지를 미국 글래드스턴 연구소(Gladstone Institutes)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비만한 생쥐는 면역계 교란으로 알레르기성 염증을 유발하는 분자 메커니즘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비만한 인간에게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걸 확인했다.
글래드스턴 연구소의 알렉스 마슨 박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30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마슨 박사는 현재 글래드스턴 연구소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가 공동 설립한 '유전체 면역학 연구소'의 소장직을 맡고 있다.
이 연구엔 UCSF와 소크 생물학 연구소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비만한 사람의 면역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집중 조명했다.
비만한 사람이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천식 등에 걸렸을 때 더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길을 열었다는 의미도 있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마슨 박사는 "먹는 음식과 신체 구성이 달라지면 면역계에 그 여파가 미칠 수 있다"라면서 "면역계와 연관된 질병이 사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비만은 세계 보건 의료계의 심각한 현안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오는 2030년이 되면 미국 성인의 절반이 '비만 상태'로 분류될 거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2019년 12월 미국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논문 참고)
비만은 종종 '만성 염증'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비만이 면역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경로가 무수히 많을 거로 보고 있다.
비만한 환자는 단순 감염증부터 암에 이르기까지 질병 경로와 치료 반응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비만한 사람의 면역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거쳐 변하는지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비만이 분자 수준에서 아토피성 피부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고지방 먹이로 살찐 생쥐는 마른 생쥐보다 피부염이 훨씬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피부염이 생길 때 어떤 면역세포와 분자가 활성화하는지 분석했다. 그랬더니 비만한 생쥐와 마른 생쥐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큰 차이가 드러났다.
두 그룹에 동일한 유형의 염증이 나타나더라도 비만 생쥐가 훨씬 더 심할 거라는 게 일반적 예측이었다.
하지만 비만 생쥐에겐 완전히 다른 유형의 염증이 생겼다.
다시 말해 비만 생쥐와 마른 생쥐는 염증을 일으키는 '도움 T세포'(helper T cells)의 유형이 서로 달랐다.
대개 도움 T세포는 염증 방지에 도움을 주지만, 자가면역 질환이나 알레르기 반응에선 과잉 활성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도움 T세포는 TH1, TH2, TH17 세 그룹으로 나뉘는데 아토피성 피부염은 'TH2 질환'으로 분류된다, TH2가 피부 염증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그런데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린 생쥐에겐 TH2가 아닌 TH17이 활성화했다.
분자 수준에서 볼 때 비만한 생쥐의 아토피성 피부염은 보통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걸 시사한다.
보통 생쥐에게 효과를 보이는 약이 비만한 생쥐에겐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제(TH2 억제제) 중 하나를 비만 생쥐에 적용하자 염증이 되레 악화했다. 치료제가 되레 강한 역효과를 보인 셈이다.
논문의 교신저자 중 한 명인 마슨 교수팀의 사가 바파트 박사는 "쌍둥이가 같은 질병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한 명은 살쪘고 한 명은 말랐다면 똑같은 약을 쓸 수 없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지적했다.





비만이 이렇게 염증에 작용하는 덴 PPAR-감마(gamma) 단백질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 발견된 이 단백질은 지방 세포의 총괄 조절인자 중 하나이며 비만 개선제의 표적이다.
과학자들이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긴 비만 생쥐에 PPAR-감마 활성제(rosiglitazone)를 투여하자 염증이 완화되고 염증의 분자적 특성도 TH17에서 TH2로 돌아왔다.
이와 함께 마른 생쥐에게만 듣던 TH2 염증 개선제가 비만 생쥐에게도 효과를 보였다.
바파트 박사의 표현을 빌리면 이는 '비만 생쥐의 체중을 줄이지 않은 채 면역학적으로 지방을 제거한 것'과 다름없다.
이런 염증의 분자적 특성 차이는 인간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 환자 수백 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만한 사람은 TH2 염증보다 TH17 염증 신호가 더 많이 나타났다.
연구팀이 현재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염증의 특성을 결정하는 도움 T세포 유형이 어떻게 전환되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그러나 TH2 염증을 표적으로 삼아 비만한 아토피성 피부병 환자에게 PPAR-감마 활성제를 투여하면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충분히 확인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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