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中, 중러회담에 '낮은 톤'…EU와 담판 의식했나
인민일보, 중-파키스탄 회담과 묶어 소개…대대적 홍보와는 거리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중국-러시아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 홍보를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지난 30일 중국 안후이성에서 열린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담은 우크라 전쟁 발발(2월24일) 이후 두 외교장관의 첫 대면 회담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영상 통화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물질적으로 지원할 경우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직접 경고한 터라 이번 회담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단 중국 관영 매체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서방의 압박에도 중·러 간 협력이 변함없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킨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화둥사범대 러시아 연구센터 추이헝 연구원은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중·러 관계가 미국 등 서방의 전략적 압력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내생적인 협력의 동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이번 회담이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추이 연구원은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을 틈타 중러 관계를 도발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좌절시켰다"고 부연했다.
중국외교학원 리하이둥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확인된 중·러 쌍방의 입장은 양국 간 긴밀한 조율과 협력이 지금의 속도대로 계속 추진될 것이며, 협력 과정에서 각자의 이익과 세계 평화를 더욱 잘 지켜낼 것임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봤다.
하지만 중국이 반미 전략협력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도로 중시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에 대한 중국의 홍보 기조는 '낮은 톤'이라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러 외교장관 회담을 별도 기사로 소개하지 않고, 같은 날(30일) 열린 중-파키스탄 외교장관 회담과 묶어 '왕이, 파키스탄·러시아 외교장관과 각각 회담'이라는 제목 아래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회담 결과 발표문도 러시아와의 협력 및 관계 강화에 대한 원론적 언급은 있었지만 구체적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추진 의지를 피력한 내용과 대 러시아 제재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미국이 러시아를 도우면 중국도 제재할 것임을 시사한 터에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려 신경 쓴 모습이다.
특히 4월 1일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영상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러 회담의 메시지가 유럽 측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과 각을 세우면서도 유럽과는 가급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는데 그런 맥락에서 중국이 이번 중-EU 정상회의를 특별히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다만 정책적 고려에 따라 대대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을 뿐 왕 부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강화와 우크라이나 문제 대응에 대한 구체적이고 긴밀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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