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업결합심사 1천건 돌파…대기업 의한 결합금액 182%↑
역대 최대 건수…"SK하이닉스의 美인텔 낸드 인수 등 과감한 M&A"
공정위, 미국·EU처럼 기업 스스로 경쟁 제한 시정 방안 마련 추진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한 기업결합 건수가 1천건을 돌파하면서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래 역대 최대 건수를 기록했다.
특히 신성장 분야 투자 등이 활발해지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은 전년 대비 180% 넘게 급증했다.
이처럼 늘어나는 심사 부담에 공정위는 해외 경쟁 당국처럼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이 직접 시정 방안을 마련해오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 작년 심사한 기업결합 1천113건, 제도 도입 이래 최대
30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1년 기업결합 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접수·심사한 기업결합 건은 전년 대비 28.7%(248건) 증가한 1천113건이다.
1981년 기업결합 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1천건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금액은 349조원으로 1년 전보다 66.0%(138조8천억원) 늘었다.
이중 국내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전년 대비 30.3%(222건) 증가한 954건(64조5천억원)이었다.
특히 국내기업이 외국기업을 결합한 건수는 21건으로 1년 전과 같았지만, 금액은 9조9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및 SSD 영업양수 등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기업결합 영향으로 분석됐다.
신용희 기업결합과장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대규모 기업결합 시도, 해외기업과의 합작 회사 설립을 통한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에의 대응 등 과감한 인수합병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은 전년 대비 41.8%(89건) 증가한 302건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많았다. 금액으로 따지면 1년 전보다 182.1%(21조5천억원) 증가한 33조3천억원으로 나타났다.
기업결합 신고를 가장 많이 진행한 대기업집단은 SK(25건), 미래에셋(21건), 카카오[035720](17건), 한국투자금융(15건), 롯데(14건) 순이었다.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결합은 2018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6.5%(33건) 증가한 104건으로 집계됐다. 금액은 760%(7조6천억원) 증가한 8조6천억원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단 내 동종·유사 업종 계열사 간 합병이나 영업양수를 통한 사업구조 재편 등이 다수 이뤄진 영향이라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위축됐던 외국기업에 의한 기업결합도 지난해 19.5%(26건) 증가한 159건(284조5천억원)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미국 제약사 알렉시온을 인수하는 등 의약,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기업결합 영향이 컸다.
외국기업이 국내기업을 결합한 건수는 20건 증가한 49건으로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8건, 16.3%), 일본(7건, 14.3%), 중국(6건, 12.2%)기업이 상대적으로 국내기업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 친환경 기조에 전기차 관련 기업결합 두드러져
업종별(피취득 회사 영위 업종 기준)로는 서비스업이 68.9%(767건), 제조업이 31.1%(346건)를 차지했다.
제조업 분야서는 친환경 기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업(36건), 전기차 관련 상용차, 리튬이온·수소전지, 충전소 등과 관련된 기업결합(12건)이 특징이었다.
의약(26건) 관련, 반도체(13건) 관련 기업결합도 다수였다.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금융·건설·부동산개발 관련 사모투자합자회사(PEF) 설립(168건), 프로젝트금융투자 회사설립(64건) 등이 다수 발생해 투자목적의 합작회사 설립이 전체 건에서 상당한 비중(232건, 20.8%)을 차지했다.
친환경·업사이클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며 폐기물·하수 처리 관련 기업결합(21개)도 다수 나타났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현대캐피탈 영업양수, 네이버의 위버스컴퍼니 영업양수 등 플랫폼 관련 기업결합은 36건으로 다양한 사업 영역에 걸쳐 이뤄졌다.
대부분 사업 영역이 다르고 수직적인 거래관계에 있지 않은 사업 부문 간의 혼합결합(19건)에 해당하는 형태가 많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경쟁저해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본 34건에 대해 집중심사를 진행했고, 이중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된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주식 취득 1건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기업결합 신고 의무 규정을 위반한 30건을 적발해 총 4억2천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 미국·EU처럼 기업 스스로 경쟁제한 시정방안 마련 추진
공정위는 기업결합 건수가 대폭 증가에 따른 기업결합 심사 부담 및 지연이 우려되고 디지털 기술 분야, 플랫폼 관련 등 기술적으로 어려운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점에서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우선 대형 기업결합 심사과정에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 과장은 미국과 EU 사례를 언급하며 "수시로 회사와 경쟁 당국이 시정방안에 대해 피드백하며 기업이 스스로 최적의 경쟁제한 해소 방안을 검토해 (기업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 등 특정 산업 분야에 적합한 시장 획정 방법론, 경쟁저해 이론,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 등 심사기준 개선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제도 개선 검토 범위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약이었던 기업결합 수수료 부과 방안이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신 과장은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전반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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