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살인사건 급증에…엘살바도르식 '갱단과의 전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머리를 바짝 깎은 남성들이 빼곡히 포개져 앉아 있습니다.
문신투성이 몸엔 하얀 속옷 하의만 걸쳤고, 두 손은 등 뒤로 묶였거나 머리 위에 얹은 채 웅크린 모습입니다.
살벌하고 기괴하게까지 느껴지는 장면이 펼쳐진 곳은 중미 엘살바도르의 교도소입니다.
엘살바도르의 '갱단과의 전쟁' 수위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지난 26일 하루에만 무려 62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부터입니다.
엘살바도르는 27일을 기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살인 급증의 주범인 갱단 조직원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습니다.
26일 이후 사흘간 체포된 이들만 1천400여 명에 달합니다.
갱단과의 전쟁은 교도소 안에서도 이뤄집니다.
정부는 갱단 조직원들이 수감된 교도소의 경비를 대폭 강화해 수감자들이 감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 하게 했습니다.
각 교도소에서 갱단 조직원들을 속옷만 입힌 채 강당이나 운동장에 몰아넣은 후 감방을 수색하는 사진과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수감자들은 교도관에 거칠게 끌려가다 나뒹굴고 매를 맞기도 합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이미 1만6천여 명의 갱단 조직원이 수감돼 당국의 수중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갱단을 향해 "너희들의 행동 때문에 (교도소 안) 친구들이 햇빛조차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속옷 차림 죄수들이 모여있는 사진은 사실 엘살바도르에선 낯설지 않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2020년에도 범죄가 증가하자 교도소 봉쇄령을 내리고 비슷한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비인간적인 처사'라며 반발했으나 부켈레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무시무시한 갱단에 굴욕을 안기는 부켈레 대통령에 국민도 열광하지만, 이것이 단지 보여주기식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부켈레 정부가 범죄 건수 감소세를 보여주기 위해 주요 갱단과 은밀히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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