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섬을 '서방의 뒷마당'으로 여기지 말라" 비판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안보 협정을 추진하는 데 대한 주변국 우려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29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중국과 안보 협정으로 남태평양 지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우려에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우리가 주권 관련 사항을 관리하기에 부적합하다거나 국익을 추구하는 데 있어 다른 동기가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매우 모욕적"이라며 "유감스러운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또 "새로운 친구(중국)로부터 압박받지 않았으며 군사기지를 짓도록 요청할 의사도 없다"면서 서방에 대해서는 태평양 섬들을 '서방의 뒷마당'으로 여기지 말라고 비판했다.
솔로몬제도는 파푸아뉴기니 동쪽에 있는 2만8천400㎦ 면적의 작은 섬나라로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솔로몬제도가 추진 중인 중국과 안보 협정 초안이 지난주 온라인상에 유출되면서 주변국들의 반발을 샀다.
초안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민의 안전과 사업 보호를 위해 솔로몬제도로 군대를 파견하고 해군기지까지 설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가운데, 이 협정이 체결되면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해양 작전에 나설 수 있는 근거와 명분을 확보하고 대양 해군 건설 목표에 한 걸음 더 근접하게 된다.
소가바레 총리는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으면서도 중국과 합의에 이르렀다고 인정했다. 양국은 아직 협정에 정식 조인하지는 않은 상태다.
그는 그러면서 호주와 기존 안보 합의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면서 "우리 안보를 위해 타국들과 관계를 다변화할 필요는 명백하다. 무엇이 잘못됐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호주는 이 협정 체결시 자국 북동부 해안 2천km 이내에 중국 해군기지가 들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고, 뉴질랜드는 태평양 지역을 군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솔로몬제도에서는 중국과 수교 이후 친중 외교 노선을 둘러싼 국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솔로몬제도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는데, 대만과 단교를 결정한 소가바레 총리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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