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라비다] '11분 김치 연설'로 인터넷 달궜던 아르헨 상원의원
솔라리 킨타나 의원, 지난해 '김치의 날' 제정안 발의로 화제
"김치는 음식 이상의 상징…한인 이민·양국관계 기리려 김치 택해"
[※ 편집자 주 : '비바라비다'(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난해 10월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느닷없이 '김치'가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당시 아르헨티나 상원에서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하는 의안이 통과하면서 많은 이들이 도대체 '김치'가 무엇인지 궁금해한 것이다.
해당 안건을 주도한 마그달레나 솔라리 킨타나(54) 상원의원은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김치인가'라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르헨티나 내에서 한국 문화의 인지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김치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음식이었다. 굳이 아르헨티나에서 먼 나라의 낯선 음식에 기념일까지 부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솔라리 킨타나 의원의 '김치의 날' 제안엔 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자들과 그들의 문화적인 기여를 기리고, 올해로 수교 60주년을 맞는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한국 문화와 역사에서 상징적인 존재인 김치를 그 수단으로 택했죠."
아르헨티나엔 1965년 농업이민을 간 1세대 한인들과 후손들을 비롯해 2만3천∼2만5천 명가량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그냥 '한국 이민자의 날' 제정을 추진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솔라리 킨타나 의원은 단순히 음식 이상인 상징적 존재 김치가 더 취지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선 각계각층 모두가 김치를 먹습니다. 제 생각에 이런 음식은 전 세계 다른 곳에선 찾기 힘들죠. 김치는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김치가 상징하는 모든 가치를 담고 있는 존재입니다."
당시 상원 표결을 앞두고 솔라리 킨타나 의원은 무려 11분을 할애해 김치의 날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김치의 의미와 효능, 만드는 법까지 상세하게 소개했다.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문화원과도 자주 소통하는 '친한파' 정치인인 솔라리 킨타나 의원은 직접 조사한 자료와 문화원이 제공한 자료들을 활용해 '김치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열띤 11분 김치 연설에 동료 상원의원들은 만장일치 찬성으로 화답했으나, 여론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표결이 있던 지난해 10월 6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회의를 이어갔던 상원의원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난 첫날이었다. 인터넷 안팎에선 김치의 날 제정보다 더 시급한 일이 많지 않으냐는 비판이 나왔다.
솔라리 킨타나 의원은 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여러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일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당시 대표 발의자로서 비판도 감수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은 아르헨티나의 많은 이들이 김치라는 음식이 존재한다는 것, 김치가 한국의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당시 상원 연설이 화제가 된 뒤 아르헨티나 주요 언론들엔 김치는 무엇이고 어디서 살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기사들이 잇따랐다.
법조인 출신으로 여당 연합 소속인 솔라리 킨타나 의원에게 '김치의 날' 제정안 발의는 "모두를 위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포부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의안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많든 적든 소신껏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수 한인 이민자들을 기리는 '김치의날 제정안'에 앞장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냉장실 한 칸에 늘 2∼3㎏의 김치를 넣어두고 매일 먹는다는 솔라리 킨타나 의원은 한국에서도 아르헨티나와의 관계를 기리는 기념일이 제정된다면 '마테의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테(mate)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사람들이 휴대하고 다니며 즐겨 마시는 차로, 솔라리 킨타나의 의원의 지역구인 미시오네스주는 마테 주산지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젊은 한인들도 생각보다 더 마테를 즐겨 마시고 있다는 걸 최근 알게 됐어요. 그야말로 문화 융합이고 통합이죠."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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