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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포성 끊이지 않는 전쟁터 지하철역이 콘서트장으로
주최측 급히 음악제 계획 변경, 관중은 공격 피해온 시민들…"모두가 하나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지난 토요일인 26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공격으로 대피소로 변한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의 지하철역에서 난데없이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졌다.
캐쥬얼한 차림으로 각각 바이올린과 첼로, 베이스를 들고 나타난 뮤지션 5명은 계단 위를 무대 삼아 묵묵히 연주를 시작했다.
관중은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지하철역으로 몸을 숨긴 시민들이다.
연례 국제클래식음악제인 '하르키우 뮤직 페스티벌'이 전쟁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주최 측이 생각해낸 대책이었다.
공격에 비교적 안전해 대피소 역할을 하는 지하철역이 대체 무대로 정해졌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콘서트의 첫 무대를 연 우크라이나 국가(國歌)가 나오자 시민들은 하나같이 가슴에 손을 얹고 열창하기 시작했다.
이후 공연은 바흐와 드보르작의 명곡부터 우크라이나 민요까지 다채롭게 편성돼 관중의 심금을 울렸다.
어른에서 아이까지 공연을 지켜보던 시민 수백명은 두손을 모으는 등 경건한 자세로 음악을 감상했다. 이따금씩 서로를 껴안기도 했다.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비탈리 알렉시노크는 이번 공연이 우크라이나와 서유럽 문화 간의 연결고리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연주에 참여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올하 피시타는 한 달간의 전쟁 끝에 지하철에서 공연하면서 여러 감정이 올라왔다고 WP에 전했다.
피시타는 그동안 화가 나고 피곤한 상태였다가 "콘서트에서는 모두 하나가 됐다고 느꼈다"고 했다.
또 다른 바이올리니스트 스타니슬라브 쿠체렌코는 이번 콘서트가 그간 했던 공연과 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쿠체렌코는 WP에 "무대에서 관중 앞에서 공연할 때 보통 느끼는 희열이 이번에는 없었다"면서 "그렇지만 내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건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은 한 사람의 심리·감정 상태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면서 "전쟁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도록 도와준다"고 전했다.
알렉시노크 감독은 "음악으로 우린 하나가 된다"면서 "하르키우에 머무는 사람들이 결집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르키우에서는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콘서트가 열린 같은날 우크라이나 의회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의 원자력 연구소를 향해 포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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