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나'…미, 우크라 난민 수용에 아프간 난민 속앓이
NYT "미군 협력했던 수천명, 아직도 아프간서 숨어지내…해외 난민촌 전전하기도"
미 입국해도 특별이민비자 못받으면 2년간 '시한부 체류'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이 러시아 침공을 피해 해외로 탈출한 우크라이나 난민을 최대 10만명 수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자 아직 미국 땅을 밟지 못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속앓이를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하자 7만4천명이 넘는 아프간인들은 미군의 공수 작전에 따라 아프간을 탈출했다.
하지만 아프간에는 그간 미국 정부를 도왔음에도 국경을 넘지 못한 채 숨어지내는 수천 명의 아프간인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아프간에서 미군의 통역으로 5년간 일했던 나지브는 2014년 특별 이민 비자를 신청했다. 하지만 비자 발급 과정은 지난했고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할 때까지도 처리되지 않았다.
탈레반이 권력을 잡으면 미국 정부에 협조한 이들에게 복수할 것으로 생각한 나지브는 자신의 전 상사들에게 필사적으로 이메일을 보냈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나지브는 아직도 아프간 수도 카불에 남아 탈레반을 피해 숨어있다.
그는 아프간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며 "미군과 밤낮 일했고 어려움을 견뎠지만, 그들은 나를 버렸다"고 NYT에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유롭게 유럽으로 도망갈 수 있지만 우리는 도망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운 좋게 아프간을 탈출했지만 미국이 아닌 해외 난민 캠프에 남아 미국 입국을 기다리는 사람도 수천 명에 이른다.
아프간에서 검사로 일했던 레자하일은 부인, 두 자녀와 지난해 8월 카불을 탈출했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사막에 마련된 난민촌에 머물고 있다.
이 난민촌에는 지난 몇달 동안 물자 부족이 극심해졌다.
레자하일은 "미국이 우리를 감금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며 이곳의 우리 아이들은 아프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배려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우리도 같은 인간이고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입국한 이들도 미래는 불확실하다. 현재 미국에 입국한 아프간인들은 인도주의적 임시 체류 자격을 얻었지만 이는 2년 동안만 유효하다.
그 안에 특별이민비자(SIV)를 받아야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이들 중 40%만이 SIV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만약 SIV를 받지 못하면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해야 하지만 역시 거부당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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