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감자와 담요 뿐인 곳에 오래 있고싶지 않아요"
유니세프 "우크라 어린이 750만명 중 절반 이상이 실향민"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저는 우크라이나 전체의 평화를 원해요."
우크라이나 집에서 한참 떨어진 야전병원에서 지내는 우크라이나 소녀 즐라타 모이세인코(10) 양은 수줍게 말했다.
만성적인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모이세인코 양은 폴란드와 접경한 모스티스카에 오기까지 습한 지하실, 얼어붙은 차 안에서 쪽잠을 자야 했다.
모이세인코 양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자 아버지는 딸과 함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남쪽으로 90㎞ 떨어진 아파트로 다시 돌아오는 모험을 했다.
폴란드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18∼60세 남성은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사지'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모이세인코 양의 어머니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공습을 피해 원래 살던 마을을 떠나면서 오히려 딸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괴로워했다.
아무리 진정제를 먹여도 폭발음, 비행기 소리, 공습 사이렌 등 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딸을 진정시킬 수 없던 것이다.
그러던 중 모스티스카에서 이스라엘 의료진이 학교를 개조해 병원으로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래도 이곳은 여전히 집이 아니기에 모이세인코 양의 어머니는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을 위해 전쟁이 멈추기를 바란다며 울먹였다.
취미로 피아노를 치곤하는 모이세인코 양이 가장 최근에 연주한 곳은 다름 아닌 깜빡이는 전구에 의지해야 하는 지하실이었다.
어머니가 보여준 영상 속 딸은 "우리가 가진 것은 감자와 담요가 전부"라며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속삭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이 된 24일(현지시간)까지 모이세인코 양 같이 고향을 등진 어린이는 430만명에 이른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우크라이나 어린이 750만명 중 절반 이상이 살던 곳을 강제로 떠났다고 발표했다.
이들 중 180만 명은 우크라이나에서 국외로 떠났고, 250만 명은 국내에서 난민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유니세프는 설명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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