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전쟁 한 달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며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초기 압도적 화력으로 전쟁을 빠르게 마무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직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점령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예상보다 거셌기 때문입니다.
압도적 병력 우위를 내세운 러시아군에 맞서 목숨을 걸로 진군을 지연시켰습니다.
러시아는 자국 전사자 규모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전사한 러시아 병사는 최소 7천명, 부상자는 2만1천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렇지만 러시아측 공격으로 연일 우크라이나에서는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아온 일부 주요 도시는 민간인 건물이 포격에 무너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이자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동부 하르키우(하리코프)는 개전 초부터 러시아의 포격 세례를 받아 도시 곳곳 건물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남부 거점 도시 마리우폴은 아예 폐허가 됐다고 합니다.
러시아군은 이달 1일 마리우폴을 포위한 이래 만 3주째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최소 2천300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아 있는 주민 역시 보급로가 차단돼 식량·식수가 부족한 환경에서 겨우 버티는 중입니다.
특히 지난 9일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원까지 포격을 받아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당시 공격을 받은 아래 임신부의 사진이 마리우폴이 겪는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이 여성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태아와 산모 모두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전쟁이 터지자 많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개전일인 지난달 24일 키이우에 미사일 공격이 이뤄지자 시민들은 러시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서부로 갈 수 있는 버스, 기차 등 이용 가능한 모든 교통 수단을 수소문했습니다.
제때 키이우를 떠나지 못한 시민 중 일부는 공습과 포격에 공포에 지하철역으로 대피했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러시아군의 공포에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시민들은 불편한 생활을 감수하며 지하철 피란살이를 견디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과 아이, 노약자라고 합니다. 남성은 대부분 총동원령에 응해 징집됐기 때문입니다.
총동원령 탓에 징집 대상인 우크라이나 남성은 현재 국경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런 만큼 가족이 찢어지는 안타까운 일도 이어졌습니다.
가족과 떨어진 어린이 홀로 수백㎞가 넘는 피란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지난 19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국외로 피란한 15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가족과 떨어져 인신매매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은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비극 그 자체입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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