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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아이들 시신 구덩이 속에"…마리우폴의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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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아이들 시신 구덩이 속에"…마리우폴의 참극
현지 체류 AP통신 기자들, 참혹한 현장 전해와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아이들의 시신이 끊임없이 포격 소리가 나는 마리우폴의 꽁꽁 언 땅 구덩이 속에 처박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쉴 새 없는 폭격으로 건물이 무너지고 불에 타 폐허가 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현지에 머물고 있는 자사 기자 2명이 전해 온 마리우폴의 참혹한 소식을 보도했다.
도로는 여기저기 파헤쳐지고 항구는 이미 막혔다. 음식은 동이 났고 전기와 물도 거의 끊겨 사람들은 극한의 상황에 몰렸다. 눈을 녹여가며 겨우 물을 마시고 있다.
아이를 낳은 부모들은 적어도 전기와 물이 있는 곳에는 아기가 있게 하려고 갓 태어난 아이들을 병원에 내려놓고 나올 정도다.
사람들은 가구 조각을 태워서 얼어붙는 추위에 손을 녹이고 남은 음식들을 요리한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아 보인다. 시 당국은 러시아군의 포위로 2천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지만, 끊임없는 폭격에 사망자를 셀 수도 없다.
러시아군은 부인하고 있지만 병원 등 민간시설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어린이와 여성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8개월된 아기는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파편을 머리에 맞고 신음했고, 잔햇더미 속에서 배를 움켜잡고 실려 나오던 산모는 끝내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러시아가 침공한 처음 며칠 동안 약 10만명이 마리우폴을 빠져나갔지만 그때만 해도 시민들은 큰 공포를 느끼지는 않았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의 달갑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을 뿐이었다.
안나 에피모바는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시장에서 먹을 것을 사면서 "2014년에 더 큰 공포를 느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갈 곳도 없는데 어디로 가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불과 사흘 뒤 상황은 급변했다. 앰뷸런스가 6살 소녀를 싣고 황급히 병원으로 내달았다. 창백한 얼굴의 소녀가 입은 잠옷은 피로 물들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심장충격기를 사용하고 산소를 주입했지만 끝내 소녀를 살릴 수 없었다.
아이의 아빠는 "이것을 푸틴에게 보여주세요, 이 아이의 눈과 울고 있는 의사들을"이라며 울부짖었다.
이달 2일 16살 리야는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폭발에 두 다리가 날아갔다.
엄마 마리냐 야츠코는 병원 복도에서 "왜, 왜"라고 외치며 흐느꼈고, 병원 직원들은 이를 절망적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 서로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가게들이 늘어선 어두운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창문을 부수고,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9일 다시 몰아친 러시아 전투기의 굉음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전투기는 산부인과 병원도 파괴했다. 구조대원들이 잔해 속에서 한 임신부를 들것에 실어 급히 다른 병원으로 옮겼으나, 아이는 죽은 채 태어났고 30분 뒤 엄마도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임신부는 다음날 전쟁통에도 다행히 아이를 출산했다. 이 두 여성은 검게 타오르는 마리우폴의 상징이 됐다.
항구도시라는 지형은 그동안의 역사 동안 도시방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지배하는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 사이에 있다.
이에 러시아군으로서는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아조우해를 지배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마리우폴은 최근 러시아군의 무자비한 폭격 세례를 받아야 했다.
세르히 올로프 부시장은 더 나쁜 상황이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마지막 총알까지 방어할 것"이라면서도 "물과 먹을 것이 없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며칠 안에 수백, 수천 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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