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장 찾은 한미 통상 수장…"성공적인 윈윈 모델 구축"(종합)
FTA 모범사례 美 SK실트론SCC 방문…외국기업 현장 방문 이례적
공급망·일자리 기여…전력반도체 핵심소재 2025년 세계 양강 청사진
SK "향후 3년간 3억달러 투자해 공장 증설…미국서 친환경 투자 확대중"
(서울, 오번·베이시티[미 미시간주]=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박성민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통상정책을 최전선에서 이끄는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6일(현지시간) 미시간주(州)에 있는 SK실트론CSS 공장을 찾았다.
미 정부 최고위급 당국자가 외국 기업의 현장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특히 한국 공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SK실트론CSS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SiC·탄화규소)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SK실트론의 미국 자회사다.
타이 대표의 SK실트론SCC 방문은 미국 측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을 맞아 SK실트론CSS를 한미 경제의 우수 협력모델로 보고 이곳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행사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여 본부장과 타이 대표는 오번 공장의 설비를 둘러본 뒤 베이시티 신축 현장을 찾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어 여 본부장과 타이 대표 등은 비공개로 양국 경제 및 기술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한미 FTA 체결 후 한층 단단해진 양국 파트너십과 신뢰를 토대로 SK가 성공적인 윈윈 모델을 구축했다"고 입을 모았다고 SK가 전했다.
타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한미 FTA 협정이 양국 간 투자 관계를 강화했다면서 SK실트론CSS는 한미협력 최고 사례로서 그것이 오늘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이러한 파트너십은 우리 시민들의 혁신과 재능을 활용해 보다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창출하는 동시에 좋은 급여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한구 본부장도 "SK실트론CSS는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한미 양국이 서로 윈-윈하는 투자 협력의 모범사례"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 글로벌 공급망 전반이 흔들리며 상품 생산이 큰 차질을 빚는 와중에 대미 투자로 공급망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는 한국기업 방문이 의미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USTR은 SK실트론CSS가 지속적인 설비 투자로 반도체, 전기차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실트론의 SiC 웨이퍼가 주로 전기차에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확대 정책과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국 기업의 미국 내 고용 창출도 USTR이 눈여겨보는 부분이다.
당초 듀폰의 설비를 인수할 때 50명이 안 됐던 직원은 160여 명까지 늘었다. 물론 반도체 분야는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어서 타 산업과 비교해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오번 공장에 이어 현재 짓고 있는 인근 베이시티의 설비가 본격 가동돼 양산을 시작하면 200명 이상의 인력이 추가 고용될 전망이다.
베이시티 공장은 올 연말부터 부분 가동될 것으로 전해졌다.
SK 측은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 등에 쓰이는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 개발 및 양산을 통해 양국 경제발전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협력 모델"이라고 밝혔다.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은 "외국 기업이 미국 회사를 인수해서 알맹이만 빼가는 게 아니라 재투자한다는 게 평가받은 것"이라며 "특히 SiC 웨이퍼가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공급망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SK그룹을 대표해 유정준 SK E&S 부회장과 장 사장, 지안웨이 동 SK실트론 CSS 대표 등도 참석했다.
SK실트론CSS는 2020년 미국 듀폰 웨이퍼 사업부를 4억5천만 달러(약 5천500억 원)에 인수해 설립됐다. 같은 업종의 미국 기업인 울프스피드, 투식스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넘버3'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투자 초기 상황이어서 고정비 부담 탓에 아직은 적자 구조다. 하지만 SK실트론CSS 측은 내년부터는 영업익 흑자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지금 건설 중인 베이시티 공장이 올 연말 가동을 시작해 2025년께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가면 울프스피드와 양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 측은 전기차 수요 급증과 함께 SiC 웨이퍼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향후 3년간 3억 달러(약 3천700억 원)를 투자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iC웨이퍼는 기존 실리콘(Si) 웨이퍼보다 내전압·내열 효과가 뛰어나고 소형화가 가능해 전기차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다.
예컨대 전기차에 쓰이는 반도체의 경우 기존 Si 기반 반도체로는 고열 때문에 전력 손실이 크지만 SiC 기반 반도체는 전력 손실을 줄여준다.
SiC 기반 반도체를 탑재한 전기차는 Si 기반 반도체 차량보다 주행 거리가 7.5% 향상된다는 게 SK실트론 측 설명이다.
게다가 충전 속도 역시 75%나 향상돼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6천100만 달러(약 750억 원)에서 2030년 약 36억 달러(약 4조4천억 원)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용호 사장은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먼 거리의 주행을 해야 해서 SiC 기반 반도체가 향후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실트론의 친환경 SiC 웨이퍼 투자 확대는 국내 차세대 전력반도체 연구개발(R&D) 및 생산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SK 관계자는 "SK실트론CSS와 SiC 웨이퍼 생산 협력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구미공장에서도 SiC 웨이퍼를 양산한다"며 "우리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글로벌 수준의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 및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현지 이해 관계자들의 존중과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는 '글로벌 스토리' 경영 전략에 따라 미국 각지에서 친환경 중심의 투자를 확대 중이다.
SK온은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테네시와 켄터키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44억5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또 SK E&S와 SK㈜는 지난해 수소연료전지 및 연료공급 솔루션 기업인 플러그파워에 16억 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SK㈜는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대체 식품 등 사업 분야에 3억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SK하이닉스[000660]는 10억 달러를 투자해 실리콘밸리에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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