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라비다] '소주 한잔 하실래요?' 멕시코서 한국 알리는 라디오 PD
갈라 멘데스, 한국 소개 라디오 프로그램 '숏 데 소주' 제작
"멕시코에 K팝·K드라마 너머 한국 알려주고 싶어"
[※ 편집자 주 : '비바라비다'(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서부 나야리트주에선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안녕하세요"라는 활기찬 한국어 인사로 문을 여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전파를 탄다.
멕시코 청취자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 등을 소개하고 최신 소식을 공유하는 이 프로그램의 제목은 '숏 데 소주'(Shot de Soju), 우리말로 하면 '소주 한잔'이다.
PD 겸 작가 겸 진행자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갈라 멘데스(24)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인들에게 K팝·K드라마 너머의 한국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소주 한잔'은 멘데스의 모교인 나야리트자치대 라디오 방송국 UAN에서 지난해 8월 시작됐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멘데스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이 대학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윤상철 한국학과 교수의 권유로 한국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
한국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뭉친 4명이 팀을 이뤄 주 1회 방송을 제작하는데, 멘데스를 제외한 3명은 아직 재학생이라 자연스럽게 멘데스의 역할이 가장 크다.
프로그램 제목도 멘데스가 떠올렸다.
"제 생각에 소주는 한국인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잘 마시진 못하지만 저도 가족, 친구들과 소주를 함께 마시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국을 살짝 맛보라는 뜻에서 '한잔'을 붙였죠."
지금까지 27편이 방송된 '소주 한잔'은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사회상, 역사, 여행지 등을 폭넓게 소개한다.
멘데스가 그랬듯 K팝과 K드라마를 '입구' 삼아 한국 문화에 입문한 이들에게 그 너머의 한국을 알려준다는 취지다.
가령 설날 부근엔 한국의 전통 명절과 풍습을 설명했고, 가장 최근 방송인 11일엔 세계 여성의 날을 즈음해 페미니즘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논란 등을 전했다.
간추린 뉴스엔 한국 대선 결과와 울진 산불부터 BTS의 콘서트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소식이 담겼다.
"금요일 방송을 위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꼬박 준비합니다. 한국 정부 사이트부터 연합뉴스 스페인어판, 각종 유튜브까지 여러 가지를 참고하죠. 방송 전에도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이 많았지만, 방송을 하면서 더 많이 알게 됐어요."
대학 방송국에서 제작했지만 대학을 넘어 나야리트주 전체에 방송된다.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를 통해 전 세계 청취자들도 만날 수 있다.
"방송 덕분에 한국에 대해 더 알게 됐다"는 학교 밖 청취자의 반응을 받을 때마다 멘데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피부로 느낀다.
"예전엔 K팝을 좋아한다고 하면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연령대에서 좋아하고, K팝 팬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인식도 많이 없어졌어요. 55살인 우리 어머니도 저를 따라 K팝 팬이 됐고, 어머니 친구 중에도 팬들이 있죠."
앞으로도 계속 방송계에 있고 싶다는 멘데스는 그 전에 한국에 가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밟는 것이 목표다.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 콘텐츠를 매개로 한국을 알아가는 방식에 대한 논문도 구상하고 있다.
한국에 유학 가더라도 '소주 한잔' 방송엔 계속 참여하고 싶다.
"제가 좋아하는 라디오라는 매체에서, 제가 좋아하는 한국에 대해 얘기하는 건 제게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전혀 피곤하지 않죠. 현장에서 한국에 대해 더 배우면서 계속 멕시코인들에게 한국 얘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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