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올인' 중인데 北 이슈까지…'두 개 전선' 마주한 바이든
공언한대로 껌씹으며 조깅하듯 우크라·北 동시 대응 가능할까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입지 가늠자…새 한국정부와 첫 공조시험대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총력 대응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라는 또 다른 변수와 맞닥뜨렸다.
서방 세계를 규합하며,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앞에 엄청난 휘발성을 지닌 북한 문제까지 터진 것이다.
미국 정부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이 가장 최근 쏘아 올린 두 차례의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완전한 사거리를 드러낸 ICBM 시험 발사는 아니지만 향후 시험발사를 앞두고 새로운 ICBM 시스템을 평가했다는 것이다. 레드라인으로 대체로 여겨온 사실상의 ICBM 도발로 규정한 것이다.
북한의 최근 잇따른 무력 시위가 궁극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과 한반도라는 '두 개의 전선(戰線)'을 동시에 헤쳐나가야 하는 최악이 상황을 마주한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대화 기조의 '바이든표' 대북 정책이 1년도 못 돼 시험대에 오른 것을 물론 유럽과 한반도에서 한꺼번에 힘겨운 싸움을 해나가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만인 작년 4월 30일 외교와 대화를 핵심으로 하는 새 대북 정책을 발표했다. 언제 어디서라도 만나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 긴장을 관리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북한을 대화로 유인하는 하나의 방책이자 북한의 요구 사항인 '선(先) 제재 완화'에는 확실히 선을 그으며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미국의 손짓을 외면한 채 미사일 시험 발사를 이어가다 올해 들어서만 무려 9차례의 무력 시위를 벌였다.
또 ICBM 시험 발사와 핵실험 유예 해제를 공언한 뒤 급기야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ICBM 시스템 시험을 감행했다.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유예선언의 폐기가 임박했음을 예고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 문제 일괄 타결을 위한 하향식도, 핵 이슈를 방치해 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도 아닌 합리적인 대북 정책이라고 자찬했지만, 북한의 중대 도발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중간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문제는 지금 미국의 관심은 온통 러시아로 향해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초 구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끝난 듯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신(新)냉전 기류가 형성되자 미국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며 러시아와의 대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접한 북한의 ICBM 시험발사 가능성은 미국으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두 개의 전선에 동시에 개입토록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한 문제가 동시에 불거진다고 하더라도 껌씹으며 조깅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은 두 개의 사안을 동시에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적·군사적 집중력이 분산될 경우 한 개 또는 두 개 모두의 전선에서 미국이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잇따른 무력 시위를 논의하고 단합된 힘으로 경고음을 울리기 위해 이번 달 한국, 일본과 3국 국방장관 회담을 열기로 조율하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급박해지면서 이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두 개의 전선에 휘말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입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 문제는 미국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올해 가을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빼앗길 가능성이 작지 않은 터에 이런 외부적 악재는 부담을 한층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북한 이슈를 둘러싸고 진영 간 대결 구도 양상이 심화할 경우 자칫 전 세계가 신냉전의 급류에 휩쓸려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새로운 ICBM 시스템 시험으로 불거진 북미간 대결 양상이 한국 대선 직후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으로선 임기가 끝나가는 문재인 정부와는 물론이고 새로 취임을 앞둔 윤석열 당선인측과도 대북문제를 조율해 나가며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험대에 선 것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북한이 실제로 ICBM을 쏘아 올리느냐로 쏠린다.
북한이 우주발사체 발사를 명분으로 내세워 사실상의 ICBM 시험발사를 감행한다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미국은 잇단 경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사실상 ICBM 시험발사라는 레드라인을 넘으면 더 강한 제재로 맞서게 될 것이고, 이에 대해 북한은 북한대로 2017년 9월 이후 멈췄던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엄존하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과 미국은 벼랑끝 대치에서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사례가 자주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그런 선례를 따를지, 아니면 계속해서 파국적 대결로 치달을지 양측의 선택이 주목된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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