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우체국서 4대 은행 업무 본다…우정본부·은행 공감대 형성
업무 위탁 논의 최근 급물살…입출금·송금 등부터 대행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유아 기자 =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전 지점에 은행 업무를 위탁하는 데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행 점포들이 잇달아 문을 닫게 되자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개 은행, 우정사업본부, 금융위원회는 국내 우체국 전 지점이 입출금이나 송금과 같은 은행의 단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에 최근 공감대를 이뤘다.
이에 따라 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위탁 업무 범위와 일정 등을 최종 합의하면 올해 안에 우체국에서 은행의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연계 등 작업에 나서게 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몇개 우체국이 시스템적으로 입출금과 같은 간단한 업무를 대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아직 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세부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시행 일정 등에 대한 논의는 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우정사업본부와 은행권의 업무 위탁 논의가 지난해까지 이견을 보였으나 최근 진일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이들 은행과 은행연합회,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우체국에 은행의 업무 일부를 위탁하는 사안을 두고 논의해왔다.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내세워 지방을 중심으로 영업점포를 폐쇄함에 따라 스마트폰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조작에 익숙지 않은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은행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인 2020년에 332곳, 2021년 1∼10월에는 238곳의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점을 폐쇄하려는 은행과 수익을 늘리려는 우정사업본부 입장에서는 이런 업무위탁이 서로에 유리하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가 은행 업무를 우체국 모든 지점에 위탁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간 논의는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은행은 점포를 주로 폐쇄하고 있는 지방에서만 우체국이 업무를 대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우체국도 은행과 같이 예·적금 상품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대행 지점이 늘어나면 그만큼 고객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우체국 전 지점에서 위탁업무를 하게 되면 은행 점포가 많은 수도권에서도 고객이 거주지에서 가까운 우체국을 찾아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대행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우체국 전 지점에서의 은행 업무위탁을 두고 은행별로도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다는 말도 나온다.
신한은행이 이번 업무협약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우체국에 단순히 업무를 위탁할지 아니면 우체국 안에 점포를 설치해 공동지점을 운영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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