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없을 듯…고금리·경기침체는 불가피"
"중앙은행, 침체 겪더라도 물가 잡을 것"
"선진국 에너지 집약도 낮아지고 노조 임금 협상력 약해져"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한층 더 급등함에 따라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당시와 여건이 달라져 그와 같은 위기는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1970년식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이런 생각이 합리적이지만, 이는 회사와 노동자에게 전적으로 힘이 나는 내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제 성장이 둔화하거나 심지어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같은 중앙은행들이 1970년대 장기 인플레이션을 통해 교훈을 얻었기에 경제가 그런 '어둠의 길'로 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어 나중에 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게 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통화 긴축에 나서 경기가 침체하더라도 물가를 잡을 것이란 이야기다.
시장에선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6번 올릴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씨티그룹은 연준이 언젠가 0.5%포인트 인상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1970년대식 위기가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또 다른 이유로 현재 노동자들이 과거만큼 임금 인상을 추진할 협상력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물가 상승으로 임금이 인상되고, 이는 다시 물가의 추가 상승을 야기하는 임금-물가 상승 악순환이 1970년대 인플레이션의 핵심이었다.
당시 노동조합은 8%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에 대응해 두 자릿수대 임금 인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현재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 노동자의 협상력은 너무나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노조가 상대적으로 강한 독일에서도 큰 폭의 임금인상에 대해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선진국 경제가 과거보다 덜 에너지 집약적인 점도 긍정적이다.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주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에 집중됐다.
자산운용사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폴 도너번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유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작아졌고, 에너지 효율은 개선됐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책당국자의 의지도 높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해 수익을 챙기는 행위에 대해서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경고했다.
자산운용사 베어링스의 크리스토퍼 스마트 수석 글로벌전략가는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현재 세계 경제가 1970년대보다 복원력이 더 좋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이 설령 발생하더라도 그 기간은 짧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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