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日전문가들 "한일 공통이익 재인식해야"
"국내 설득 리더십 필요…역사 문제 사활 걸린 것인지 생각해야"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10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악화한 한일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협력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라는 점을 재인식하고 국내 반발을 설득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 지도자가 한국의 새 대통령 당선이라는 기회를 살려서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일본 전문가들과의 전화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대학원 교수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권의 외교 실패 때문에 한일 관계가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일 관계를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겠다고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의 측면도 있으나 상대적으로 한일 관계에 의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와 미중 대립에 관해서 적어도 문재인 정권보다 미국과 동맹 강화에 무게 중심을 두는 입장을 취할 것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중국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미일의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결국 한미일 안보협력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 같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는 한국이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였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해도 일본 정부가 종래와 같은 입장이라면 한일 문제를 타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작년 10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출범했고, 한국에서도 정권이 바뀌니 일본 정부의 대응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완전한 타개는 어렵더라도 분위기가 바뀌어서 타개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대북 정책이나 미중 대립에서 서로의 공통점, 공통 이익을 가능한 최대화하는 협력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이 완전히 같은 입장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통의 이익이 있고, 이는 한일이 협력해야 달성되는 측면이 있다. 정치·외교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역사 문제에서 생기는 대립이 정말 사활이 걸린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타협이 가능한 것인지 더 생각해야 한다.
◇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
윤 당선인이 대선을 치르면서 외교정책과 한일 관계를 말하는 것을 봤을 때 일본 입장에서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고무적인 측면이 있다.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부활하고 역사, 안보, 경제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물론 선거 때 발언이라 당선인 발언대로 한일 관계가 극적으로 변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실제 대통령으로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면 한국 국내에서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게 뻔하다. 그것을 전제로 국내를 설득할 각오로 정치 결단을 해야지만 실현이 되지 말로만으로는 안 된다.
문제는 새 대통령이 5년 임기 중 2년가량을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현 국회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일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국회 내에서도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이고 국민 여론도 안 좋아질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한일 관계를 타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일 관계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은 확실하고 이대로 한일 관계를 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일본에서도 공유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중국과 대만 관계 등을 봤을 때 한일 관계를 이렇게 둬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 개선은 양국 지도자가 국내 반발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설득할 각오를 해서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한쪽의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경색된 한일 관계를 타개할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의 자세로는 안 된다.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윤 당선인이 일본에 특사를 보내 조용한 분위기에서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면서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인식하고 조금씩 타협하면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한일 양국 모두 국내에서 반발이 있겠지만 이를 설득하고 중장기적으로 '윈윈'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양국 지도자가 한국의 새 대통령 당선이라는 기회를 살려야 한다.
◇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
윤 당선인에 대해서는 일본 측에서 과도한 기대가 있다. 윤 당선인은 보수 정치인이고 외교 브레인으로 김성한 전 외교부 제2차관과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있어 일본 측에서는 한국이 양보하고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일본 측의 이런 과도한 기대는 매우 큰 변수가 될 것이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때의 상황과 조금 비슷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가 좋아지리라 생각했지만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그런 실망감이 한국에 대한 매우 큰 반감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큰 기대를 하고 있고 이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초점이다. 우선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실질적인 회복일 것 같다. 그 이상의 카드를 어디까지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해 흔히 얘기하는 것이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차후에 일본 측에 청구하는) 대위변제 구상을 일본이 기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도 광산, 징용, 위안부 등은 여론 문제도 있어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일본은 한국의 움직임을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여론 등 변수가 있으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대위변제까지는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당선인의 지지율이 높으면 한국 정부가 일단 돈을 대신 낸다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해결책이다. 이론상 그 이후에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둘러싼 중재위원회나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한 해결 등의 여러 방안이 나오게 된다.
sungjinpark@yna.co.kr,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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