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쏟아지는 포탄 피해 필사의 탈출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무너져가는 다리 아래 100명은 족히 돼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러시아군의 포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우크라이나 북부 이르핀 마을의 주민들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남진하는 러시아군을 피해 급히 피란길을 떠났습니다.
피란길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쪽에서 포탄이 떨어질지 몰라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목숨을 건 여정에 나서야 합니다.
이 다리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전차의 진격을 막기 위해 이미 폭파했습니다.
파괴된 다리의 잔해를 피난처 삼아 겨우 강을 건널 수는 있지만 이곳까지 오려면 사방이 뚫린 도로를 지나야 합니다.
적의 포격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불시에 쏟아지는 포격을 피해 간신히 도로를 달렸지만 포탄은 여지없이 주민들을 겨냥했습니다.
이르핀에서 간신히 피란한 일가족 네 명이 러시아군의 박격포탄에 몰살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들 가족이 허겁지겁 챙겨온 피란 가방만 주인을 잃고 나동그라졌습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언젠가 이 가방을 끌고 즐거운 가족 여행을 갔을 테지요.
다리가 불편한 노인은 농사용 수레에 실려 힘겨운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곳곳이 파괴돼 고르지 않은 길을 서둘러 가야 하는 처지라 수심이 가득해 보입니다.
아내와 아이는 키이우(키예프)로 가는 기차를 겨우 잡아탔지만 전장에 나가야 하는 아빠는 갈 수 없습니다.
젖먹이는 본능적으로 아빠와의 생이별을 알아챘고 이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울타리 건너 아들의 손을 꼭 쥔 아빠는 애써 아기를 달래봅니다.
하지만 이 순간이 아내와 아이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냉엄한 현실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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