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30달러 넘자 세계증시 급락…금값 뛰고 팔라듐 역대 최고
일본·홍콩·한국 등 주가 일제히 2∼3%대 미끄럼
일부 투자자 '배럴당 200달러' 유가에 베팅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윤구 기자 =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검토해 공급 감소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 140달러에 근접하자 7일 아시아 증시 등 세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금값은 온스당 2천달러(약 245만6천원)를 돌파했고 반도체 생산 등이 쓰이는 팔라듐 가격은 역대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이날 아시아 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홍콩과 도쿄 증시였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764.06포인트(2.94%) 떨어진 25,221.41에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에는 3.5% 넘게 급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오후 3시 23분 현재 3.53% 하락했다. 항셍지수는 이날 오전 한때 4% 이상 주저앉았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9.42포인트(2.16%) 하락한 881.54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이날 오전 1%가량 하락했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2% 안팎으로 키웠다.
호주 S&P/ASX 200 지수는 1.02% 하락 마감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 선물도 하락했다. 이날 오후 3시 32분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선물은 0.90% 하락했고 나스닥지수 선물은 1.59%, 다우존스지수 선물은 1.16% 각각 내렸다. 유로스톡스 50지수 선물은 2.6%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상승과 급격한 경기 둔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 시작과 함께 한때 18% 급등, 139.13달러까지 치솟았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장중 130.5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13년여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국제유가는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 한국시간 7일 오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13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오후 3시 33분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129.53달러(+9.65%), WIT는 125.86달러(+8.8%)를 나타냈다.
지난주 WTI는 26.3%, 브렌트유는 20.6% 각각 급등했다.
앞서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 중 하나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유럽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CNN 방송에 밝힌 것이 공급 우려를 키웠다.
이란 핵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 등도 악재로 작용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단되면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면서 하루 500만배럴 이상의 공급이 감소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뉴질랜드(ANZ)은행도 새로운 제재가 이뤄진다면 송유관과 해상 운송을 통한 하루 500만배럴의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유가가 올해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유가가 이달 중 배럴당 200달러까지 상승하는 데에 베팅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도 오르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2천달러를 돌파했다. 금 현물은 온스당 2,000.69달러로 2020년 8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현재는 온스당 1천98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로이터의 기술적 분석 연구원은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2천65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금 현물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의 금 보유량은 지난 4일 1천54.3t으로 0.4% 늘어 작년 3월 중순 이후 최대였다.
금 선물 가격도 이날 오후 2시 50분 현재 온스당 1,992.7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3%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는 팔라듐의 가격도 이날 온스당 3,172.22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팔라듐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로화의 약세는 여전했다. 오후 3시 현재 달러화 대비 유로의 가치는 1.0882달러로 0.48%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 가치는 한때 1.0864달러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국의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도 1.321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14%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등 가격이 오를 뿐 아니라 수급이 차질을 빚어 유럽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며 유로와 파운드가 최근 들어 약세다.
아시아 통화 중에서는 인도 루피화의 가치가 이날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루피 환율은 1달러당 76.9625루피로 1%가량 오르며 종전 기록인 1달러당 76.9088루피를 넘었다. 그만큼 루피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원유 소비량의 4분의 3가량을 수입하는 인도는 최근 고유가로 직접 타격을 받게 됐고, 이로 인해 루피가 올해 들어 아시아 환율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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