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축소 중"이라더니 되레 커져…당국 '점검' 무색
9년만에 최대폭 확대…금감원 "주 단위 점검에도 대출금리 조정 빨라"
시민단체 "예금금리 상향 너무 느려…자율규제 도입 필요"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가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예대금리차가 축소되고 있다던 금융당국은 체면을 구겼다.
지난 3일 한국은행은 올해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1.80%포인트(p)로, 작년 12월보다 0.25%포인트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한 달 새 0.25%포인트 이상 격차가 커진 것은 2013년 1월(0.26%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이는 예대금리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1월 당시 금융감독원의 진단과 상반된 것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1월 20일 취재진에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축소되고 있는 동향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금리 점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빗나간 진단에 대해 금감원은 최근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예금 금리는 더디게 인상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6일 "작년 말 금감원의 금리 점검과 은행권의 노력으로 1월 초·중순까지는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계가 빨라진다는 전망에 따라 (장기) 시장금리가 올랐으나 예금 금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뱅크 등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늘린 것도 전체적으로 평균 대출금리를 끌어올린 원인이 됐다"며 "예금 금리의 경우 풍부한 유동성으로 뭉칫돈이 몰리면서 수신금리의 평균값이 낮아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에도 이런 기조가 유지돼 예대금리차가 축소되기 힘들 것으로 금감원은 예측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결국 예대금리차는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고,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부분은 금리 산정·운용체계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격차를 부분적으로 좁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예대금리차를 주 단위로 점검하면서, 성과가 나타나도록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예금 금리는 뒤따르기 때문에 예대금리차 확대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금리 동향에 따라 대출자의 부담은 무거워지겠지만, 은행은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막대한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한은의 예대금리차 확대 발표 후 1분기에 은행의 이익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민단체는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움직임을 이유로 신속하게 올리면서 예금 금리는 느리게 올리는 은행을 비판하면서 당국에 수신금리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대출 금리 인상 속도에 견줘 예금 금리 인상은 너무 느리다"며 "대출 금리를 상향했다면 예금 금리도 신속하게 조정될 수 있도록 수신금리 자율규제(모범규준)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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