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러시아, 유엔의 철군요구 결의 외면말고 전쟁 중단해야
(서울=연합뉴스) 유엔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했다. 유엔 결의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개탄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무조건적으로 군병력을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엔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결의안을 193개 회원국 중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채택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140개국 이상의 찬성표가 나온 만큼 러시아로서는 그만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감과 함께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이 찬성 대열에 합류한 반면, 북한은 반대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이번 긴급 특별총회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유엔 역사상 11번째로 열린 것이다. 긴급 특별총회 소집의 근거가 된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 결의는 한국전쟁 때 소련(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기능이 마비된 것을 계기로 채택된 바 있다. 결의안이 채택된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적대 행위를 끝내고 총성을 멈추며 대화와 외교의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사작전 승인으로 지난달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일로 1주일이 경과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 주요 도시를 점령하지 못한 상태다. 당초 서방은 막강한 전력을 갖춘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를 침공 1~4일 만에 점령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에 부딪혀 '속전속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쟁이 이어지면서 인명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난구조 당국은 2일(현지시간) 개전 이후 적어도 2천 명의 민간인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개전 이래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에서 러시아 군인이 500명 가까이 숨지고 우크라이나 군인 사망자는 2천870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6천 명에 가까운 러시아군을 사살했다고 주장해 러시아 측이 밝힌 것과 다르지만 양측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어 사상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임은 분명하다. 특히 유엔난민기구(UNHCR)는 러시아의 침공 한주 만에 국외로 탈출한 우크라이나인이 100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UNHCR은 이런 수치는 금세기 들어 전례가 없는 '엑소더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이 최근 민간지역에 대한 공격을 잇따라 감행하고 있는 데다 장차 수도 키이우에 대한 포위전을 염두에 두고 집중포화를 가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달 28일 1차 회담을 열었으나 결렬된 뒤 조만간 2차 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양국이 상당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회담 전망이 밝지는 않아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1주일째로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들도 그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제재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불안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기업들의 피해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 수출통제를 위해 꺼낸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제(FDPR)의 적용 예외 대상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아 우리 기업들의 수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 정부도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조처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FDPR 면제를 받기 위한 미국과의 협의도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또한 유엔 결의안이 촉구한 것처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무력으로 짓밟은 비인도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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