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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1주] 동서 '신냉전'의 서곡…나토·EU 결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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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1주] 동서 '신냉전'의 서곡…나토·EU 결속 강화
유럽 안보불안 야기 '현상 변경' 허용 안 해…나토 동진 촉진
유럽 '전략적 자율성' 확대기로…미·유럽 관계 변화 주목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안보 지형이 격변하고 있다.
1991년 소련의 붕괴로 동서 진영 간 냉전이 종식한 이후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오던 유럽이 러시아의 안보 불안과 이에 따른 '현상 변경' 요구가 서방의 이해와 충돌하면서 '신냉전' 최전선이 우크라이나에 그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영토적 야심을 드러낸 러시아에 대해 미국, 유럽연합(EU), 나토 등 서방 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 본격화한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에 잠시 '적전분열'했던 서방 진영은 막상 전쟁의 포성이 울리자 빠르게 결속했다.
러시아 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서방의 단일대오는 유럽의 안보 불안을 일으키는 현상 변경을 허용하지 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나토, 러시아 침공에 단일대오 결속…동유럽에 군사력 증강
미국뿐 아니라 유럽 동맹은 재정 지원과 무기 제공에 적극적이다.
특히 독일의 입장 변화는 극적이다. 독일은 그동안 소극적인 자세로 서방 동맹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기도 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받았을 때도 군사 지원을 거절했다. 심지어 제3국으로 수출된 자국산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가는 것까지 막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하자 독일은 강경론으로 급선회했다.
독일은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스팅어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독일의 국방비 증대 등 국방력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나토는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권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신규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도 거론된다. 프랑스는 루마니아에 전투부대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폴란드에 이미 주둔한 5천명 규모의 병력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최정예부대인 82공수사단의 병력 3천명을 추가로 폴란드에 파견하기로 했다. 또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 1천명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했다.
나토는 동유럽 동맹에 주로 순환 배치 병력을 유지했으나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를 영구 주둔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나토의 결속만 더욱 단단해지고 러시아 국경 부근, 특히 폴란드와 같은 나라에 나토 병력이 영구적으로 주둔할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동맹' 중립국 가입 명분 생겨 나토 동진 촉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나토의 동진을 막으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오히려 나토의 실질적인 동진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EU도 러시아 침공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서방과 러시아 간 협상에서 배제됐던 EU가 개전 이후에 통합 유럽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EU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즉각 재정과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 제재에도 미국과 공조를 과시하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EU는 4억5천만 유로(약 6천60억 원)의 EU 재원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 구매에 사용하고 추가로 5천만 유로(약 673억 원)의 의료물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EU가 비회원국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도 오랜 군사적 비동맹주의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과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이후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금융·수출 규제 조치를 일사불란하고 신속히 부과했다.
EU는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적극 수용할 방침을 밝혔다.
또한 EU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요청에 부응해 그간 주저했던 논의를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유럽이 자체 방위력을 증강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우크라이나 위기는 미국과 유럽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방위를 미국과 나토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가 진정한 유럽의 군대를 갖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유럽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 보안 문서에 따르면 EU는 2025년까지 병력 5천명 규모의 유럽 합동군을 창설할 계획이다.
'전략적 나침반'이라고 명명된 유럽군 창설안은 이달 중으로 최종안이 승인될 예정이다.
이 안이 확정되면 EU는 2023년부터 정기적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EU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자체 방위기구 창설을 추진했다. EU 회원국은 5만∼6만명 규모의 합동군 창설 계획에 합의하기도 했으나 비용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당분간은 미국의 유럽 안보에 대한 영향력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안보는 유럽이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함으로써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유럽의 안보 지형을 결정하는 자리에 EU가 구경꾼이 될 수는 없다. 유럽 안보는 미국·러시아, 나토·러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EU가 관련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songb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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