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국내 은행들, 러 은행 송금 차단에 대응 분주
미 제재 리스트 오른 순간 거래정지…기업들도 대금결제 '비상'
간편송금 등 비금융망은 아직 가능…'수취 불가 우려' 주의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이지헌 김유아 오주현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제재에 나서면서 국내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제재 대상 리스트에 오른 일부 러시아 금융기관과의 외화 송금 거래는 이미 차단된 데다 제재 대상이 아직 아닌 금융사와 거래도 불확실성이 커져 러시아 현지와 돈을 주고받아야 하는 국내 기업 및 개인들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제재 대상 러 은행 8곳 거론…"국내 은행, 2차 제재 유의해야"
현재 미국과 EU가 제재 대상으로 거론하는 은행은 총 8곳 정도다.
미국은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Sberbank)에 대해 미국 금융기관 내 환거래계좌를 폐쇄하고 추가 개설을 금지, 달러화 사용을 막았다. 이 조처는 유예기간 30일이 부여됐다.
VTB, VEB, PSB, 오트크리티예, 소브콤, 노비콤 등 6개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미국 금융기관·개인과 거래를 차단했다. 이들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는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을 막는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가 적용된다.
국제 은행간 송금망 SWIFT 배제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날 오전 일부 외신은 EU가 VEB, PSB, VTB, 오트크리티예, 소브콤, 노비콤에 더해 방크 로시야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확정된 명단은 아니지만, 유럽과 거래가 많은 스베르방크가 빠진 것이 미국의 제재 명단과 차이점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제대 대상으로 검토 중인 곳은 8곳가량이다.
SWIFT 배제 대상·일정은 확정되지 않았고, 미국의 제재는 종류에 따라 유예기간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금융기관이 서방의 제재 유탄을 맞지 않으려면 당장 이들과 거래를 중단하거나, 유예기간 종료 전 최단기간에 거래를 종결하는 것이 안전하다.
우리 정부는 전날 미국의 제재 대상인 7개 주요 러시아 은행 및 자회사와의 금융거래 중단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 외에 구체적인 지침이나 자율규제 개정사항은 없기 때문에 각 금융기관이 스스로 이들 은행과 거래를 최단기간에 중단해야 미국 행정부의 2차 제재 '칼날'을 피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대러 제재 위반 여부는 미국 행정부의 판단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우리 은행으로서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7개 은행과 거래를 중단하는 등 최대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러시아 현지 법인과 미국의 제재 대상 7개 은행 간 거래가 미국의 대러 제재를 위반할 가능성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 우리 정부가 해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 "제재 리스트 은행들 이미 거래 불가…다른 은행도 거래 단언 어려워"
주요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들도 정부의 국제제재 동참 발표에 따라 현황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금융제재 관련한 상황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어 은행들은 실시간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한편 거래고객 피해가 없도록 영업점 등을 통해 고객 안내를 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 금융기관 가운데 미국의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리스트에 포함된 금융사는 리스트 등재 시점부터 은행 간 거래를 통한 외화 송금이 이미 중단된 상태다.
정부가 금융거래 중단을 발표한 7개 러시아 주요 은행 중 스베르방크를 제외한 6개 은행이 이 현재 SDN 리스트에 올라 거래가 중단됐다.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도 30일간 유예 기간 부분적인 거래만 가능한 상황이다.
특별지정 제재대상에 오르지 않은 러시아 은행을 통한 거래는 이뤄지고 있지만, 거래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전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금융거래가 현재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재 대상 이 아닌 은행과는 거래는 이뤄지고 있으나 미국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은행이 포함될 때마다 거래 중단 조치가 취해지고 있기에 특정 은행과의 거래가 가능한지 단언하기 어렵다. 고객들에도 이를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 수출업체들 발 동동…당국, 긴급 유동성 대책 강구
러시아와 수출입 금융거래를 하는 기업들은 거래 은행과 해법을 강구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고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 러시아와 외화 거래가 막히지는 않았지만 언제까지 송금이 가능한지, 추가 제재는 없는지 고객들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들은 러시아 수출기업의 신용장(L/C) 개설을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일부 수출업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달부터 신용장 결제 대신 결제 기간이 짧은 송금 결제를 방식을 택해 사전 대응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전대응하지 못한 기업들도 많아 유예 기간 내 대금결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기업들이 머리를 싸매는 상황이라고 한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정부는 "수출입 기업들의 기존 계약에 따른 거래 등 제재 대상 은행들과의 불요불급한 금융거래는 미 제재에서 부여된 유예 기간에 조속히 완료하여 거래 중단 조치 시행 이후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수출입 무역금융 제공과 관련해 기업들의 자금 애로사항을 현황을 파악하며 긴급 금융지원 등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
◇ 비은행 외화송금 아직 가능하지만…"수취 불가 주의"
은행망을 사용하지 않는 글로벌 송금 네트워크나 핀테크 서비스의 경우 러시아로의 송금은 현재까지 가능하지만 이 역시 서비스가 불안정하고 서비스 지속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송금결제 네트워크 기업인 웨스턴유니온(WU)의 경우 은행 계좌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망을 사용해 일정 금액 한도에서 러시아로 달러화를 송금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323410] 등 국내 일부 금융기관도 웨스턴유니온 망을 사용해 즉시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카뱅 관계자는 "'WU 빠른송금'을 통해 러시아로의 송금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현지 가맹점에서 자금 확보가 불가한 경우 운영이 어려워 수취가 불가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웨스턴유니온 제휴 금융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