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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크라 국경에선] "전쟁나간 남편 살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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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크라 국경에선] "전쟁나간 남편 살아야 할 텐데"
폴란드로 피란한 우크라이나인 "남편 생사걱정 잠 못자"
"키예프 시내 30분마다 공습경보에 공포 질려"



(프셰미실[폴란드]=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 시내 한 고등학교 체육관. 평범했던 학교 체육관은 지난주부터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피란민 100여 명이 먹고 자는 임시 수용시설이 됐다.
이들은 이제 전란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28일 오전(현지시간) 이곳에서 마주한 피란민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둡고 침통했다. 힘없는 시선으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가 하면 모든 시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듯 누워 잠을 청하는 이도 있었다.
전쟁이 난 나라 국민의 처지는 제3자의 눈에도 처량하고 고돼 보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들만 해맑은 얼굴로 이런저런 놀이에 빠져있었다.
체육관 한구석에선 몇몇이 둘러앉아 무거운 표정으로 심각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결같이 우크라이나 상황, 그리고 현지에 남은 다른 가족을 걱정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엘레나 후드첸코(29)라는 이름의 여성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경찰 공무원인 후드첸코씨는 27일 기차를 타고 극적으로 수도 키예프를 탈출했다. 군인인 남편은 총동원령으로 전장으로 나갔고 혼자 남은 그는 친구 가족과 함께 피신했다고 한다.



그에게서 전해 들은 키예프 상황은 처참했다.
후드첸코씨는 평소 요금의 세배를 주고 택시를 불러 곧바로 키예프 중앙역으로 내달렸다. 이미 전쟁 발발 전후로 많은 사람이 도시를 떠난 터라 거리에는 인적이나 차량이 드물었다고 그는 전했다.
"군데군데 나뒹구는 건물 잔해를 보면서 지금이 전쟁 중이라는 걸 실감했어요"
역에는 수많은 피란민으로 발 디딜 틈 없는 상황이었다.
후드첸코씨는 이 '혼돈'의 키예프 중앙역에서 수 시간을 대기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30분 간격으로 공습경보가 울렸고 공황에 빠진 사람들은 지하 방공시설로 대피했다가 다시 올라오는 일을 반복했다고 한다. 저마다 공포에 질려있었다고 그는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후드첸코씨는 운 좋게 서쪽으로 가는 폴란드행 기차를 타고 무사히 국경을 넘었지만 현지에 남아있는 가족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부모님은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남동부 도시 로즈바야에 살아 덜 걱정스럽지만 전장에 있는 남편의 생사가 큰 근심이다. 프셰미실에 온 첫날 밤도 남편 생각에 잠을 설쳤다고 했다.



그는 "다시는 깰 수 없을 것 같아 잠드는 게 두려운 그런 종류의 공포에 몸서리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도 머지않아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하루빨리 전쟁을 종식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해요. 우리가 바라는 건 오직 전쟁이 끝나 고향에서 다시 가족을 만나는 것입니다"
또 러시아군에 맞서 필사의 방어전을 펼치는 우크라이나군에 믿음을 표하기도 했다.
전쟁 발발 후 스스로 조국을 지키겠다며 자원해 전장으로 향한 많은 젊은이의 애국심과 용맹함을 생각하면, 어려운 상황이지만 군이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후드첸코씨는 아울러 한국을 비롯한 많은 다른 나라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줘 고맙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준 모든 나라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도움이 있기에 조국이 조속히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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