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닷새만에 성사된 첫 협상 중에도 러 핵전력 비상태세로 전환
전투는 지속 키예프 인근서 교전…러군, 각 방향서 진격했으나 우크라군 저항 직면
5시간 협상 성과 못냈으나 며칠 내에 또 만나기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닷새째인 28일(현지시간)에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동부, 동남부, 남부 방면에서 공격을 계속했다.
이날 벨라루스에서 개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이 만나 평화협상을 진행하는 중에도 전투는 멈추지 않았다.
러시아군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핵전력을 강화 준비태세로 돌입시켜 긴장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러시아 '노바야 가제타' 신문과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북동부 체르니히우주(州)와 수미주를 통해 키예프로 진격했다.
동부 지역에서 하리코프에 대한 포격이 계속됐으며 남부 지역에선 마리우폴 주변에서 교전이 벌어졌다.
동남부 돈바스 지역 친러 반군은 정부군의 저지선을 뚫고 진격을 계속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수도 키예프 인근에서도 교전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은 키예프 인근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도시 전체에 공습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고 전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지난 24일 군사작전 개시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군사 인프라 시설 1천146곳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31곳의 지휘소와 통신소, 75곳의 레이더 기지, 82기의 방공미사일 등이 포함된다고 그는 전했다.
또 311대의 탱크와 장갑차, 42대의 전투기와 헬기, 51문의 다연장포, 147문의 대포와 박격포 등도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110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을 강화 준비태세로 돌입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대 핵전력(Nuclear Triad)으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운용하는 부대들이 모두 비상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계속되는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군인 4천5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 주력 기동부대인 대대전술단(BTG)의 진격을 성공적으로 격퇴하고 있다"면서 "적은 사기가 저하되고 큰 손실을 봐 탈영과 명령 불복종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에선 당초 러시아군이 침공 1∼4일 만에 키예프를 함락하고 우크라이나군을 무력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의외로 결사항전하는 우크라이나의 선방 속에 러시아군이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고멜주(州)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양국 정부 대표단이 만나 협상을 벌였다.
양국 대통령실·국방부·외무부·의회 인사들로 구성된 대표단은 약 5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주요 의제들에 대해 논의했으나 곧바로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국 대표단이 본국으로 돌아가 국가 지도부와 협의를 거친 뒤 며칠 내로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서 2차 회담을 연다는 데는 합의함으로써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지는 않았다고 각 측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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