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우크라 "핵태세 강화 미친 짓"·러 "자위권 행사"…유엔서 격돌
유엔 긴급특별총회서 우크라 침공 논의…구테흐스 "핵분쟁 상상할 수 없어"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28일(현지시간) 유엔 무대에서도 정면충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이날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서방을 중심으로 한 대부분의 국가는 러시아를 비판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돈바스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적대행위를 했으며, 러시아는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르게이 끼슬리쨔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연설에서 "우리가 오늘 총회장에 오는 동안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리코프의 주거 지역에 다연장 로켓발사기로 포격을 퍼부었다"며 "무고한 민간인이 죽고 다쳤다"고 말했다.
이어 끼슬리쨔 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무기 운용 부대의 경계태세 강화 지시를 내린 후 글로벌 안보에 대한 위협 수준이 제2차 세계대전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졌다"면서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라고 직격했다.
그는 "만약 우크라이나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국제평화와 유엔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그다음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져도 우리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맨 먼저 연단에 오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핵무기 운용 부대의 경계태세를 강화한 것은 무서운 일"이라면서 "핵분쟁에 대한 생각조차도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직접 대화를 통해 "즉각 전투를 멈추고 외교적 해결을 향한 길을 찾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맞서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의 행동이 왜곡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적대행위를 시작한 게 아니다. 적대행위는 우크라이나 당국이 돈바스 주민들을 상대로 먼저 저지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네벤쟈 대사는 "러시아는 이 전쟁을 끝내려고 한다"면서 "특별 군사작전을 통해 러시아는 핵무기 접근을 열망하는 한 정권(우크라이나)으로부터 자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전날 긴급특별총회 소집안을 의결함에 따라 개최됐다.
최근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자 총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주도로 열린 것이다.
긴급특별총회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인한 안보리 기능 마비에 대처하기 위한 회의 방식으로 1950년 한국전쟁 이후 11번째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여론을 감안하면 이번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지만, 안보리 결의와 달리 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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