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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푸틴, 측근 배제하고 강수 둔 듯…'정치적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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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푸틴, 측근 배제하고 강수 둔 듯…'정치적 부담'"
NYT "서방 제재 등으로 측근 불만 커지면 푸틴 입지 위험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측근들을 배제한 것처럼 보이며, 이로 인해 정치적 위험을 짊어져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전후로 이어지고 있는 몇 가지 사건을 보면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면서, 통치를 위해 소수 엘리트 측근에 의지하게 마련인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이 특히 전시에 측근들과의 관계가 삐걱대는 것은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침공을 단행했을 터이고, '스트롱맨'이라는 그의 대중적 이미지로 인해 "푸틴 대통령은 과연 우크라이나에서 값비싼 전쟁을 치르기에 충분한 국내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NYT는 그럼에도 "어떤 지도자라도 혼자서 통치할 수는 없다"며 개전 후 러시아 당국이 페이스북 접속을 제한하고, 자국의 우크라 공격을 '침공'으로 표현하거나 우크라 민간인 사망을 다룬 독립언론들의 보도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일 등에 비춰보면 푸틴이 이번 전쟁 동안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21일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 승인을 의제로 크렘린궁에서 열린 회의에서 최측근으로 평가되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에게 푸틴이 격분한 사례는 이 같은 의문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꼽힌다.



우크라 침공을 단행하기 불과 사흘 전에 TV를 통해 전국에 방송된 이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자리에 모인 측근들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돈바스 지역의 두 분리주의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라고 이야기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나리시킨 국장이 이 지역의 독립 승인과 관련한 자신의 질문에 어색한 태도로 말을 더듬자 푸틴 대통령은 "똑바로 말하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
NYT는 "이 장면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듯 보인다"면서 푸틴과 같은 지도자들이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듯 보여도, 모든 독재자가 사실 군부나 엘리트 관료, 부유한 기업가 등과 함께 어떤 형태로든 권력 분점형 연합체에 의한 통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푸틴의 정치적 기반인 집권 통합러시아당은 구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나 다른 정보기관 출신의 소위 '실로비키'로 불리는 인사들로 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실로비키는 현재 러시아 정보 당국, 군대, 각 부처 등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캐나다 맥길대학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치를 연구하는 마리아 포포바 교수는 실로비키를 "푸틴을 권력에 올려놓은 시스템이자, 그가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의지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푸틴은 수십 년 동안 이런 실로비키와의 관계를 영리하게 유지해왔고, 러시아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그의 정치적 기반이 되어줬지만 지난 21일 나리시킨 국장과의 사례는 푸틴이 자신의 주요 결정에서 이 핵심 측근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NYT는 지적했다.
쿠데타 연구에 천착한 해밀턴대학의 에리카 드 브루인 교수는 "자원과 정보 접근성으로 인해 엘리트 관료들은 독재자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그러므로, 그들의 지지를 얻는 것은 권력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쟁은 독재자와 엘리트 관료 사이의 관계를 더욱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드 브루인 교수는 "독재자들과 그들의 핵심 측근과의 관계는 독재자가 해외에서 전쟁을 일으켰을 때 경색될 수 있다. 특히 관료들이 그 전쟁이 잘못된 것이라고 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관료 1명이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했다고 해서 당장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이 그에게 반발하지는 않겠지만, 측근들과의 관계 경색 신호는 여러모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NYT는 강조했다.
엘리트 관료들의 불만은 서방의 제재에 대한 대응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반전 여론이 높아졌을 때 푸틴이 전쟁을 계속 이어갈 정치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느냐에도 직결되는 까닭이다.



가뜩이나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곳곳에서 반전 시위가 열리는 등 8년 전 크림반도 병합 때와 달리 우크라 전쟁을 둘러싼 여론도 푸틴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루블화가 폭락하는 등 러시아 경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로 인한 충격파가 가시화하면 우크라 전쟁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황이 좋지 않게 흘러간다면 푸틴 대통령의 재위에도 상당한 후과가 있을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포포바 교수는 "독재자의 3분의 2가 측근에 의해 제거됐다"며 "푸틴이 집권 연합체를 희생하면서까지 나사를 너무 세계 조이면,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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