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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러 안방여론에 시선집중…"벌써 전쟁비용 체감"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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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러 안방여론에 시선집중…"벌써 전쟁비용 체감" 관측도
제재여파 주목…"기득권층 아닌 서민 타격할 수도"
동부 분리독립 찬성한 의원도 "이러려고 한 것 아냐"
일부 푸틴 측근들에게서도 일부 '불편한 심기' 노출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을 위기로 인도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에 내놓은 평가다.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에 따라 갑작스럽게 닥치는 사회·경제적 여파를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쟁을 고집하며 그 타격이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급락하고, 현금 수요는 급증하는 등 러시아 경제는 불안한 흐름을 보인다.
루블화는 몇 주 전만 해도 달러당 74루블 수준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러당 84루블 안팎에서 거래됐다.
이는 수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물가가 치솟고 수출이 줄어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동시에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경제 제재를 받아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은 데다 수출제한 조치도 동시 시행돼 공급망도 악화할 전망이다.
이 또한 물가상승과 고용불안을 부추겨 러시아 일반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로 주목된다.
시민들에게서도 벌써 불만이 일부 관측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뷰티살롱 체인을 소유한 라랴 사디코바는 "푸틴이 위대하다고 소리치던 사람들도 이제는 전만큼 크게 외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급격한 가격 변동과 공급업체들의 운송 중단 등에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대형 전자 소매업체 DNS의 드미트리 알렉세예프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에서 공급망 문제로 가격을 30% 인상한다면서 "러시아가 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소셜미디어에는 소매업체들이 가격표를 바꾸거나 뗀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아나스타샤 마라노바는 예약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다리고 있다"면서 "나라 전체가 멈춘 것 같다"고 걱정했다.
미국의 국제방송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RFE/RL)도 26일 각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의 결정이 민생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물가 급등과 자본 유출, 성장 둔화를 경고하고 있다.
영국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연구원 타티아나 오를로바는 추후 3년간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0.6∼1.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며 경제에 미치는 피해액이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전쟁에 따른 경제 피해가 가시화하자 반전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주민 크리스티나 씨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다른 국가에 의존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와는 별개로 (크림반도 합병 당시인) 2014년부터 시작된 경제 제재 여파를 지금까지도 체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티나 씨는 "전쟁이 시작되면, 물가가 오를 것이고 이에 영향을 받는 계층은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가 아니라 서민"이라면서 "러시아 경제는 계속 나아지고 있지만, (2014년 이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번 제재는 안 그래도 힘든 모든 이의 사정을 더 안 좋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민생 경제에 우려 등이 도화선이 돼 러시아에서는 반전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러시아 비정부기구(NGO) 'OVD-인포'의 트위터에 따르면 27일 34개 도시에서 적어도 492명의 반전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다. 이 가운데 모스크바에서 체포된 사람은 절반가량이다. 지난 사흘간 러시아 전역에서 반전 시위로 체포된 사람은 3천93명으로 3천명이 넘었다.
푸틴 지지 세력, 인사들도 반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 공산당 소속 하원의원인 미하일 마트베예프는 트위터에 "즉시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본다. 나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독립을 승인했지만, 평화를 위해서였지 전쟁을 위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수년 간 푸틴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거의 반대하지 않았던 러시아 의회로서는 거의 보기 힘든 '균열'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 집권을 도왔던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의 둘째 딸 타티야나 유마셰바도 페이스북에 반전 메시지를 담은 글을 올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클럽 첼시 구단주로 유명했던 러시아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56)가 설립한 모스크바 개러 현대미술관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비극'이 끝나기 전에는 새 전시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브라모비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pual0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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