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달러 멀리해 '제재맷집' 키웠다
2014년 크림반도 제재 고통 뒤 체질변화 기획
유로·위안 대체중…서방 '핵옵션' 스위프트 퇴출은 난망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가 서방국가의 제재 타격을 약화하려고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춰온 까닭에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가 수년간 자국 경제와 금융시장에서 달러 영향력을 없애려고 노력해온 것이 서방 제재로부터 받는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탈달러화 움직임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 이후 두드러졌다.
크림반도 병합 때문에 러시아는 주요 8개국(G8)에서 제외됐고 일부 러시아 기업과 개인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또 국제금융결제망인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압력을 받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러시아는 자국 경제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춰나가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 그룹 AG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 수출 거래액에서 달러 비중은 2016년 69%에서 지난해 상반기 56%로 줄었다. 반면 같은 시기 유로화 비중은 두 배가량 상승해 28%로 올랐다.
러시아는 지난해 자국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량을 대폭 줄여 전체 비중의 16%로 낮췄다. 이는 달러 비중이 40%가 넘었던 4년 전과 비교해 절반 넘게 감축한 것이다.
2020년에는 중국으로 가는 러시아 수출무역에서 거래되는 주요 통화도 유로화가 달러를 제쳤다.
이달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업체인 가즈프롬 산하 가즈프롬네프트는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기의 급유 비용을 위안화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이렇듯 러시아가 추진한 일련의 탈달러화 조치로 서방의 대러 제재에도 완충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쓰비시UFJ은행(MUFG) 두바이 지점에서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EMEA) 등 신흥국 연구를 맡은 에흐산 코만은 "러시아는 달러에서 벗어난 다각화를 위한 상당한 단계를 밟아왔다"며 "이런 과정이 일정 부분 러시아의 회복력을 키워줬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한층 급격한 제재가 있지 않는 한 러시아는 충격에 버틸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달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 예로 러시아 주요 수출 품목인 석유·천연가스가 전통적으로 달러 위주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스위프트 제재를 발동하면 러시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봤다.
2014년 스위프트 제재안이 대두됐을 때도 당시 러시아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세이 쿠드린은 해당 제재가 적용되면 1년 새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5%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개전으로 미국은 전날에 이어 금융 제재를 확대, 국책은행인 VTB와 스베르방크, 가스프롬방크 등 90여개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가장 강력한 제재로 꼽히는 스위프트 퇴출은 제재를 가하는 쪽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선택지인 까닭에 서방 진영에서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사안이다.
러시아의 피해와 더불어 서방 국가의 은행 역시 러시아에 빌려준 자금을 제때 돌려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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