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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일촉즉발] '무풍지대' 국제우주정거장도 불똥 우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때와는 차이…당장은 아니라도 ISS 장래에 영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두 나라 우주협력의 상징이 돼 온 국제우주정거장(ISS)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0년 11월 2일 두 나라의 우주비행사가 함께 지구 저궤도에 축구장 크기로 건설된 ISS 문을 열고 들어가며 시작된 우주정거장을 통한 협력 관계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미국이 제재에 나섰을 때도 영향을 받지 않는 등 지정학적 위기가 닿지 않는 대기권 밖의 무풍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미국 우주비행사가 막대한 비용을 내고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을 오가는 등 어느 한 쪽이 없으면 운영이 쉽지않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 속에서 우주 협력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장은 아니라도 ISS 운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내 우주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면 더는 무풍지대에 머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서 대체로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항공우주안보 프로젝트 책임자인 토드 해리슨은 UPI 통신과의 회견에서 "과거에는 러시아와의 우주 프로그램 협력이 지상의 지정학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상황이 변해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고 했다.
러시아 우주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미국 우주기업 '보이저 스페이스'의 사장 제프 맨버는 "ISS에서의 매력적인 생활은 최대 위기를 맞고있다"면서 "ISS 협력 관계에 악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2024년에 러시아가 ISS 운영에 계속 참여할지와 우리가(미국이) 러시아와의 협력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랄지와 관련해 중요한 순간이 다가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ISS의 노후화를 들어 지금의 운영 협약이 종료되는 2024년에 철수를 공언해 왔지만 미국은 민간 우주정거장이 출범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최근 ISS 운영을 2028년에서 2030년으로 연장해 놓고 있다.
맨버 사장은 특히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를 이끄는 드미트리 로고진 사장의 행동과 어조가 중요한 작용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우주정책 책임자로서 행동한다면 지정학적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겠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행동을 보인다면 우주협력 관계가 위험해 진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로고진 사장이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격적 연설 이후 "러시아에 영광을"이라는 트윗을 올린 점이 비관적으로 느껴진다면서, "유럽이 러시아와의 협력에서 최대 지지자이고 미국에 이를 요청해왔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는 유럽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고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30년으로 계획한 민간 우주정거장 출범을 앞당기게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CSIS의 해리슨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ISS를 버리고 민간 우주정거장 도입을 이미 계획된 것보다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ISS의 궤도 유지에 이용되는 러시아 모듈을 대체하도록 NASA가 강한 압박을 받을 수는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우주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조지워싱턴대학 우주정책연구소 소장 스콧 페이스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가 ISS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상상해볼 수 있으나 이는 외교관계를 끊는 수준에서나 나올 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군사적 대치가 더 확대되지 않는다면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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