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일촉즉발] "우크라 대통령, 러 침공시 서부 리비우 피신"
우크라 소식통 "IT 기반시설·군사 지휘부, 키예프 외곽으로 이전 중"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이 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도시로 피신시키는 계획이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사이에 논의되고 있다고 미 NBC방송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논의 중인 계획상 전시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피신하는 곳은 폴란드 국경과 80㎞ 떨어진 서부 리비우다.
리비우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중심 도시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러시아와 대치 중인 서방 세력이 기존 수도 키예프에 주재했던 직원을 이동시킨 곳이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지난 16일부터 이 도시에 임시사무소를 열어 긴급 상황에 대비한 대피·철수 계획을 점검 중이다.
또한, 소식통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군의 공격 가능성에 신중히 대비 중이며, 중요한 정보통신(IT) 기반 시설과 군사 지휘부를 수도 키예프 외곽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대비를 다 끝냈다"면서 "아주 은밀히 이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런 계획을 미국 인사 중 누구와, 언제 논의했는지는 현재 파악되지 않는다.
백악관에 따르면 전날 오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5분가량 통화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지역에 대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분리독립 승인 발표를 강력히 규탄했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피신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지난 19일에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직접 만났는데, 이때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인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런 계획을 실제 논의 중인지 답변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변인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이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양국 실무자 선에서 이런 계획을 논의 중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자국 정부의 안전을 보장하고 정부가 혼란 없이 가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왔다면서도, 긴급 상황 발생 시 정부가 어디로 이동하게 되는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 오전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에게 아무것도 넘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어떤 일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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