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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일촉즉발] '신냉전' 최전선 우크라이나…서방·러 벼랑끝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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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일촉즉발] '신냉전' 최전선 우크라이나…서방·러 벼랑끝 대치
나토 동진,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시도에 러시아 강경 대응
"러시아 세력 확장, 유럽 안보지형 변화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가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군 투입을 결정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1991년 소련의 해체로 막을 내린 20세기 냉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처럼 군사력을 동원해 대규모로 대치한 적은 없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는 군사 훈련을 명분 삼아 동, 남, 북쪽 국경을 포위했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서쪽 접경인 폴란드, 루마니아에 정예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
구소련권이었던 우크라이나는 기름진 땅과 다양하고 풍부한 지하자원, 유럽과 러시아,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요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주변 열강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소련 해체와 함께 1991년 독립한 뒤에도 친러시아 정권이 집권해 러시아와는 우호적인 관계였다. 2004년 부정선거로 촉발된 오렌지 혁명으로 친서방 정권이 들어섰으나 민심을 얻지 못해 2010년 다시 친러 정권으로 교체됐다.
2014년 마이단 혁명으로 다시 친서방 정권이 들어섰다. 이 혁명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분리독립 운동을 촉발했고 이에 힘입어 그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2019년 대선에서 코미디언 출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친서방 노선을 더욱 강화했고, 헌법에 나토 가입을 명기하면서 러시아와 등지게 됐다.

러시아로서는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서방의 미사일이 자신의 턱밑에 배치되는 목을 겨누는 것은 상당한 안보 위협이다.
나토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발트 3국과 폴란드 등 러시아와 가까운 회원국에 순환 배치 군사력을 꾸준히 증강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에 가장 가까운 회원국이 되는 셈이다.
우크라이나에 신냉전의 전선이 그어진 이유다.
이에 러시아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을 추가로 동맹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쪽으로 확장을 계속하는 것을 멈추고 러시아 인근 국가들에 중·단거리 미사일 등의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이 같은 요구 사항이 담긴 안전보장안을 미국과 나토에 전달하고 협상을 계속할 의사를 밝혀왔다.
러시아는 나토가 1990년 독일 통일 과정에서 통일 독일의 영토를 넘어서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옛 소련권 국가를 받아들여 확장을 계속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경을 맞댄 지정학적 전략 요충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움직임에 러시아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전쟁도 불사할 태도다.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기에 앞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계획은 러시아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방은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를 일축하면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빌미로 사실상 나토의 동진(東進)을 추진하고 있다.
나토는 1999년 헝가리·폴란드·체코 등 3국을, 뒤이어 2004년에는 발트 3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옛 소련권 7개국을 끌어들이며 확장했다.
2009년에는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가 나토에 가입했다. 2017년에는 몬테네그로, 2020년에는 북마케도니아가 가입해 나토 동맹국은 30개국으로 늘어났다.
나토는 또 2008년에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이후 이들 국가와 협력 관계를 발전시켰다.
러시아가 훈련 병력이라고 주장하는데도 서방 동맹이 최근 동유럽 전력 강화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서부 지역뿐 아니라 벨라루스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한 것이 향후 유럽의 군사적 균형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벨라루스 내 군사력 증강은 불행히도 좀 더 영속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 외무장관을 비롯한 유럽 정치인들은 러시아 병력이 일단 벨라루스에 배치된 이상 러시아가 철수할 가능성이 없으며 설혹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더라도 나토의 동쪽 측면에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병력 진입을 명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은 서방이 그간 가장 가능성이 큰 러시아의 침입 경로로 꼽았던 곳이다.
우크라이나 영토이긴 하지만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처럼 친러 세력이 사실상 자치권을 누렸고 지리적으로도 러시아와 인접했기 때문이다. 8년간 정부군과 저강도 내전을 벌이는 터라 군 작전이 도드라지지 않는 이른바 '회색지대'다.
이곳에 친러 세력이 수립한 두 공화국에는 러시아 정부에서 여권을 받은 러시아 국적자나 러시아 혈통의 주민이 다수 거주한다. 이곳에 사는 러시아 국적자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돈바스 지역에선 17일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 사이에서 교전이 본격화했다.
양측은 모두 상대방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상대방이 평화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빌미를 마련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러시아가 이처럼 벼랑 끝 전술을 계속하는 것은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뉴라인스 인스티튜트의 유라시아 지정학 분석가인 유진 차우소브스키는 "러시아는 전쟁 가능성이 매우 심각하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와 이해를 끌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군사적 압박을 수단으로 서방에 유럽의 안보 질서를 다시 쓰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까지 차지하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유럽 안보 지형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songb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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