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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일촉즉발] 러, 침공하나…군 진입명령 강수 푸틴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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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일촉즉발] 러, 침공하나…군 진입명령 강수 푸틴 노림수는
24일 미·러 외교장관 회담 앞…"협상 지렛대 높이려" 관측
'21세기 신냉전' 대치 속에 주도권 노린 듯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과 대치를 이어가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지역 돈바스에 군 진입 명령을 내리는 강수를 던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돈바스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직후 '평화유지'를 명목으로 군대를 보낼 것을 명령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는 일촉즉발의 상태로 내몰렸다.
푸틴 대통령의 강경책은 시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여러 차례의 정상급 회담과 다양한 형태의 다자회담을 잇달아 열어 외교적 해법에도 집중했다.
하지만 양측의 이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 중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동유럽 주둔 서방 군사력 축소 등 요구사항을 굽히지 않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이 요구 사항 가운데 한 가지도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이런 요구안을 미국과 나토 등 서방에 전달했고, 이후 서방의 답변에 러시아가 재답변을 보내는 식으로 의견을 주고받았으나 반전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불신만 깊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15일 우크라이나 접경지의 훈련 병력을 일부 복귀한다는 완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으나 20일에 끝내려던 벨라루스와 합동 훈련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했다.
미국은 폴란드, 루마니아 등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에 정예 병력을 증파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정보가 있다"라고 경계를 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가 중재자로 나서 사태 해결의 전환점이 마련되는 듯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러시아가 병력을 진입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지난 20일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고,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4일 미·러 외교장관의 회담이 제네바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진입 명령'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담판을 앞두고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실제로 주둔하게 되면 미·러 협상의 전선은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옮겨 그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러시아와 대결에서 큰 장애물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 유럽 내부에서도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다른 터라 푸틴 대통령이 강하게 통제하는 러시아가 '강대강' 대결에선 우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21세기 신냉전이라고 불릴 만큼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을 건 대치 상황에서 강력한 제재를 경고하는 미국과 서방에 맞서 러시아가 물러선다면 우크라이나의 서방화라는 러시아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러시아는 이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어 최소한 '무승부'를 거둘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한 주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을 되돌이켜 보면 러시아는 군 진입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온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15일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든 어디에서든지 러시아 시민을 살해한다면 우리가 반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돈바스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중 국적자가 수십만명으로 추산된다.

같은 날 러시아 하원은 돈바스의 두 친러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할 것을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어 러시아 관영 매체는 17일부터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이 포격했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고 이어 이를 이유로 DPR과 LPR은 19일 총동원령과 주민 대피령을 내려 전쟁이 임박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군사 개입하기 위한 '불안한 상황과 명분'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판단한 푸틴 대통령이 21일 군 진입 명령을 내렸다.
2014년 '합법적' 주민투표를 근거로 합병한 크림반도를 연상케 한다.
다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실제 진입하거나 전면전을 벌일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올해 1월 카자흐스탄에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요청으로 공수부대를 중심으로 평화유지군 2천500명을 보냈다가 약 한 주만에 철수한 적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이는 국지전에 그치지 않고 서방과 러시아가 충돌하는 '유럽 전쟁'으로 번질 위험성이 큰 만큼 서방에 위력을 과시한 뒤 협상에 맞춰 군대를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이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지만 국제 금융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 압박을 러시아가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군사적 행동의 한계선을 넘나 들면서 미국의 대응을 떠볼 수 있고, 미국의 반응에 따라 군사 작전의 수위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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