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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 우크라 사태…하루하루 짙어지는 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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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 우크라 사태…하루하루 짙어지는 전운
우크라 동부선 정부군-반군 교전 사흘째 격화…민간인 2명 사망설
바이든, 20일 NSC 소집…푸틴은 핵무기 훈련 참관
다급해진 우크라 "러 침공후 제재 무용" 서방에 선제대응 촉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친러시아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이 사흘째 격화하면서 당장이라도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분쟁지역에선 쉴새 없이 쏟아지는 포격 속에 가스관이 폭발하는가 하면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피란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없다면서도 전략 핵무기 훈련까지 불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서방 주요국은 러시아에 가할 제재의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공언하는 동시에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 러, 우크라 코앞 군사훈련…대공미사일 발사태세
러시아의 군사 도발은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과 벨라루스군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가상 침략군인 우크라이나군에 반격을 가해 영토를 되찾는 시나리오로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는 핵을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례프(Tu)-22M3도 동원됐다.

당초 20일까지 진행하기로 한 양국의 연합훈련은 연장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배치한 지대공 미사일 S-400을 즉각 발사태세로 전환했고, 장거리 포대와 방공 시스템, 헬리콥터 등을 우크라이나 국경 가까이 전진배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정부군과 반군간 교전이 이어지면서 언제 전면전으로 치달을지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양측의 휴전을 감시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간 포격전 등으로 휴전협정을 위반한 사례가 18일 1천500건, 19일 2천여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루간스크 반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러시아는 즉각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분쟁지역에서 자국민이 숨지면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수만명의 분리주의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해 놓았다.
위기가 고조되면서 분쟁지역에서 벗어나려는 피란 행렬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반군들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여성과 어린이 등 70만여 명을 러시아로 이주시키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20일 오전까지 4만명이 넘는 주민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인도는 이날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를 즉시 떠날 것을 촉구했다. 나토도 키예프 주재 직원을 서부 리비우와 브뤼셀로 철수시켰다.

◇ 바이든, NSC 소집…英 총리 "러, 2차대전 이후 최대 전쟁 준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은 외교적 해결의 문을 마지막까지 닫지 않는다면서도 연일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일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하기로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은 이날로 이틀째를 맞이한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고강도 제재를 경고하며 러시아에 위기해소를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자국 문 앞에서 더 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발자국을 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서방에 요구하는 나토의 동진(東進)이 중단되기는커녕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도 이날 뮌헨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에 외교적 해법을 찾는 길에 들어설 것을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전쟁을 준비 중"이라며 "침공을 단행하면 러시아 기업은 달러와 파운드화로 거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경제 제재를 언급했다.
그러나 서방 지도자들의 이러한 경고와 설득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함께 전략 핵무기 훈련을 참관하며 서방을 상대로 한 무력시위 강도를 높였다.
유럽이사회의 찰스 미셸 의장은 이날 뮌헨안보회의에서 "크렘린은 정녕 대화를 원하는가"라며 "러시아가 미사일 시험을 하고 (우크라이나 접경에) 병력을 모으는 상황에서 영원히 '올리브 가지'(평화의 제스처)를 내밀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우크라 대통령, 서방에 '버럭' "당장 러시아 제재해 달라"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짙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서방이 러시아에 미온적 대응을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무엇을 기다리는가"라면서 "경제가 붕괴하고 영토 일부가 점령된 뒤 당신들의 제재는 필요 없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즉각적 제재를 촉구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방아쇠가 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과 관련해서도 가입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정작 서방이 이를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말해달라"면서 시간표를 요구하고,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상태에서 서방이 러시아와 '이면합의'를 해선 안 된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1994년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 시절부터 보유하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서방과 러시아가 안보를 보장한 '부다페스트 조약'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과거 소련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배치했는데,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이후에도 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가 부다페스트 조약을 계기로 러시아에 넘겼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다페스트 조약에 담긴 핵포기 약속을 파기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다만 해당 각서가 무효가 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가 핵무장을 시도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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