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의 한 유명 훠궈(火鍋)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먹다 남긴 잔반을 재사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극목신문(極目新聞)은 18일 저장(浙江)성 주지시의 한 훠궈 음식점 종업원이 이 식당이 잔반을 재사용한다고 폭로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첫 출근한 종업원 위안(袁)모 씨는 이 음식점 종업원들이 손님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치우면서 손을 대지 않았거나 비교적 깨끗한 고기와 채소는 별도로 수거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가 식탁에 남아 있는 모든 음식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려 하자 한 고참 종업원이 "깨끗한 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며 제지했다.
그는 "양심상 더 일할 수 없어서 이틀 만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 음식점 관계자는 "국물이 있는 음식물은 모아 양돈농장으로 보내고 고기와 채소는 별도로 수거해 처리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방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을 보여달라는 현지 언론의 요구에는 "폐쇄회로(CC)TV가 고장 났다"며 거절했다.
진상 조사에 착수한 주지시 시장관리감독국은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이 음식점의 부도덕한 상행위를 비난했지만, 획일적인 음식 낭비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남은 음식을 되팔아 돈을 더 벌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음식물을 많이 배출하면 부과되는 벌금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작년 4월 음식 낭비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세계 1위 음식물 쓰레기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농산물 가격 안정을 통해 빈곤층의 식량 부족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 법은 '먹방' 등 음식 낭비 프로그램을 제작·유포할 경우 최고 10만위안(약 1천89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과도한 음식 주문을 유도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음식점엔 최대 1만위안(약 189만원)의 벌금을 매기도록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20년 8월 "음식 낭비를 단호히 막아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음식 낭비 규제가 급물살을 탔다.
1960년대 대기근으로 수천만명이 사망한 대약진운동 실패를 경험한 노년층은 음식 낭비 규제를 지지하지만 젊은층 사이에서는 "먹는 자유까지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p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