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동유럽에 병력 결집…러시아 목전에 전진 배치
폴란드·루마니아 등 유럽 동부전선으로 이동…공수부대, 전폭기 동원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수일 내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이 동유럽 지역의 주둔군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다른 동맹국들도 탱크와 함정, 군용기를 동유럽으로 속속 이동 배치하고 있다.
◇ 미국, 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 주둔군 2배로 늘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은 최정예부대로 꼽히는 제82공수사단 약 3천명을 추가로 폴란드에 배치했다.
기존에 추가 배치했던 병력 1천700명을 더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폴란드에만 주둔 병력을 5천명 늘린 것이다. 이번 배치로 폴란드 내 미군 병력은 약 9천명이 됐다.
미국은 또 독일에 주둔하던 제2 기병연대 소속 스트라이커 비행여단 1천명을 루마니아에 투입, 이 지역의 미군을 배로 늘렸다.
이로써 미군과 러시아군은 훈련을 제외하고는 최근 몇 년 새 가장 근접해 있는 상태가 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 밖에도 미국은 제18공수사단 사령부 소속 300여명을 독일에 파견했다. 이들은 동유럽으로 유입되는 증원군을 감독하게 된다. 훈련 교육 임무를 맡은 육군 병력125명은 불가리아로 이동할 예정이다.
군용기들도 속속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 공군은 F-35 전투기 부대를 독일에, B-52 폭격기를 영국에 배치했다.
영국에 배치했던 F-15 8기는 폴란드로 이동했고, 독일에 주둔했던 F-16 8기는 루마니아로 옮겨졌다.
미 공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 제프리 해리기언은 성명을 통해 "F-15 전투기의 폴란드 배치는 나토 동부의 집단 방어 능력과 항공 치안 임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미 국방부는 동유럽 파견 가능성에 대비해 미군 병력 8천500명에게 비상경계령을 내린 상태다.
다만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미군이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들 중 일부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인 폴란드 동부에서 작전을 펼칠 예정이지만 "이들이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의도와 계획은 분명히 없다"며 "이들은 폴란드 내에 머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미국은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 군대를 훈련시키던 플로리다 주 방위군 150명을 국외로 철수시켰다.
커비 대변인은 동유럽에 배치된 군대는 유사시 우크라이나에서 헝가리 등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탈출 행렬을 돕는 것은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군이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였던 것과 같은 자국민 탈출 작전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인들에게 출국을 거듭 촉구했다.
◇ 나토도 동유럽에 전투 병력 증강 검토
나토 차원에서의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나토군은 동유럽에 신규 나토 전투 병력 배치를 포함, 나토의 억지력과 방위력을 증강하기로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의 위협은 유럽에서 '뉴노멀'이 됐다면서 나토 동맹의 동부 지역 강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나토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에 신규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과 폴란드에 주둔한 병력을 더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당장 이번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병력 재배치도 진행 중이다.
독일은 수송부대 130명과 60대의 군용차량을 리투아니아로 보냈으며 이번 주 안에 병력 350명과 군용차 100대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독일군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 영토에 주둔해 있으며 리투아니아가 위험에 처할 경우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도 챌린저2 전차와 AS-90 자주포, 지원 차량 등을 포함해 군인들과 장비들을 기존에 주둔했던 독일에서 에스토니아로 이동시켰다.
공중 치안 임무를 맡기 위해 타이푼 전투기도 루마니아로 출격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군의 증강에 대응해 유럽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는 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육해공에 병력과 자산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프랑스도 루마니아에 전투부대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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