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군, 말리서 6개월 내 철수…니제르서 테러 격퇴전 계속(종합2보)
10년만에 막내린 말리 주둔… "바크란 작전 실패 아니다" 선 긋기
마크롱, '쿠데타' 말리 군부 규탄…러시아 용병 와그너와 결탁 비난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아프리카 말리에 주둔해온 군 병력을 약 10년 만에 빼내 말리와 국경을 접한 니제르로 옮긴다.
프랑스는 사하라 사막 주변 사헬 지대를 유럽으로 유입하는 테러리스트의 온상으로 보고, 2013년부터 말리를 거점으로 삼아 테러 격퇴전인 '바르칸' 작전을 벌여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앞으로 4∼6개월 안에 말리에서 군을 질서 있게 철수할 계획이며 그사이 작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바르칸 작전의 핵심은 이제 말리가 아닌 니제르에 있으며, 말리를 떠나는 병력 중 일부는 기니만으로 가서 인접국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와 공유하지 않는 전략과 숨겨진 목적이 있는 말리 당국과 군사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철수를 결정했다며 바르칸 작전이 실패했다는 지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말리 군정이 러시아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과 손을 잡았다는 의혹이 프랑스군이 말리에서 철수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부연했다.
말리 군부는 테러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포식 동물과 같은 의도로 말리에 들어온 와그너를 최고의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고 마크롱 대통령은 규탄했다.
말리 군정은 와그너를 고용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테러 단체들이 생겨나는 말리에 와그너 용병 800여명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스티븐 타운센드 사령관은 이달 초 말리가 와그너에 금과 보석을 포함해 한 달에 1천만달러(약 120억원)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 앞서 전날 모리타니, 니제르 등 사헬 지대 핵심 우방국 정상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만찬을 하면서 말리에서 군을 철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프랑스는 아프리카, 유럽 등 동맹국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말리 군부의 여러 방해로 철수를 결정했다며 다른 사헬 지대에서 테러에 맞서 싸우는 공동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말리 군부는 2020년 8월과 2021년 5월 두 차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정권 민간이양 절차를 지키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말리 과도 정부는 당초 올해 2월 27일 대선과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가 2025년 12월에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을 바꾸면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말리 정부는 최근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이 "말리 군정은 불법이며 그들의 결정은 무책임하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아 말리 주재 프랑스 대사를 추방하면서 프랑스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약 2만5천명의 외국군이 주둔하는 사헬 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프랑스군은 4천300여명이고 이중 2천400여명이 말리에 있다.
지난 9년 사이 사헬 지대에서 사망한 프랑스군 53명 중 48명이 말리에서 목숨을 잃으면서 프랑스 정부는 말리 파병을 두고 골머리를 앓아왔다.
사헬 지대에 주둔하는 프랑스군은 한때 5천400명으로 늘어났으나, 프랑스 정부는 2023년까지 2천500명 수준으로 감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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