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맞서는 이스라엘 주도 '중동판 나토' 가시화
이스라엘 정상급 인사 잇따라 '아브라함 협정' 국가 방문
바레인 주둔 5함대에 무관 파견 검토…UAE에 대공 방어 체계 판매 논의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걸프 국가들 사이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초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의 아랍에미리트(UAE) 공습이 잇따르자 1년여 전 관계를 정상화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방위 동맹'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사상 처음으로 바레인 방문을 마친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취재진에게 "(이번 방문이) 매우 성공적이었다. 따뜻한 환대를 받았고, 강한 유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베네트 총리는 "우리는 중도적인 국가들과 새로운 지역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안정과 경제적 번영을 제공하고 혼란과 테러를 조장하는 적들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스라엘은 2020년 9월 미국의 중재로 '아브라함 협약'을 체결하고 바레인, UAE, 모로코 등 아랍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이른바 '중동의 나토' 구성을 추진해왔다.
바레인에 본부를 둔 미국 해군 5함대를 방문한 베네트 총리는 "과거와는 다른 아랍-이스라엘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새롭고, 좋은 모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압둘라티프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은 "이란 핵 프로그램과 테러리즘 대응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바레인 외무부는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국왕이 조만간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바레인 5함대에 상주하는 무관(중령 혹은 대령급) 파견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달 초 바레인과 공식적인 방위협정도 체결했다.
지난달 예멘 반군이 탄도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UAE를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UAE에 대한 안보·정보 분야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제 최첨단 대공 방어 체계를 UAE가 수입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사상 처음으로 UAE를 찾아 아부다비 왕세제와 회담한 뒤 "UAE에 대한 모든 테러를 비난하며, 우리는 완전한 안보를 이루기 위해 모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홍해에서 미 해군중부사령부(NAVCENT), UAE, 바레인 해군의 공동 해상 훈련에 참여하기도 했다.
AFP는 이 새로운 동맹은 아랍국가들이 미국·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핵 위협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텔아비브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의 요엘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베네트 총리의 바레인 방문은 전적으로 이란과 관련돼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 바레인, 미국 협력의 상징이자 이란에 대한 무력 시위"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은 예멘 내전에서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정부군과 함께 싸운다.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예멘 내전은 중동 지역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P5+1 국가(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들과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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