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피하려 나토 가입 포기할까
서방-러시아 각축 전략 요충…중립화 선택지 대두
'핀란드화' 거론…러시아 요구 일부 수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의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자국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나토의 동진(東進) 금지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는 러시아의 핵심적인 안보 보장 요구 사항으로, 서방과 러시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지점이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목전에 달한 상황에서 전쟁을 피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마지막 카드인 나토 가입 포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지낸 바딤 프리스타이코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는 14일(현지시간) BBC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과 관련한 입장을 바꿀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심각한 양보(나토 가입 노선 포기)를 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진의가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을 계속 추진할 의사를 밝혔지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노선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우리는 나토 회원국 자격이 우리의 안보와 영토적 통합성을 보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나토 가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것은 꿈같은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2000년대 중반부터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지는 한층 강해졌다.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2019년 2월 개헌을 통해 나토 가입을 국가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토 가입을 추진해온 우크라이나가 최근의 전쟁 위기 상황에서 나토 가입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고려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러시아가 강력하게 반대할 뿐 아니라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가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우크라이나의 노선 변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명시적인 가입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와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가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14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현안이 아니다"라면서 "러시아가 왜 현안이 아닌 것을 더 큰 정치 이슈로 만들고 있는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회원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와 관계를 강화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는 아직 집단안보 원칙을 규정한 나토 헌장 제5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나토 등 서방과 러시아가 전략적 요충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양보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화가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중립을 선언하면 나토의 동유럽 국가에 대한 문호개방 정책이 손상을 입지 않으면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화로 인한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전방위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서방의 양보를 끌어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방안으로 '핀란드화'를 거론하면서 러시아 측의 안보보장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핀란드화란 서방과 소련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가 소련의 대외정책을 추종한 사례를 가리키는 용어다.
핀란드화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우크라이나의 국내외 정책에 대한 러시아 영향력 행사를 서방이 용인하는 것으로 비치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방안은 우크라이나의 반발로 하루 만에 취소됐지만 언제든 이와 유사한 제안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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