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바이든표 인도태평양 전략'…예상대로 중국 압박 초점
"동맹과 전례없는 협업 필요"…쿼드에 "역내 최고의 집단" 규정
對中견제 동참 주문 예상…올초 경제프레임워크 파트너십 출범 목표
대만 안보지원 재확인…북핵·한미일 관계 개선도 해결 과제로 제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유럽과 중동에 비중을 뒀던 외교정책의 방점을 인도태평양으로 옮긴 이후 구체적 전략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12쪽 분량의 문건을 출범 1년여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외교력의 초점이 유럽에 맞춰진 상황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여겨진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 각각 참석하기 위해 호주와 하와이 순방에 나선 기간에 발표된 것도 시선을 끈다.
'인도태평양의 약속'이란 제목이 붙은 이 전략 문건은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9월 쿼드 정상회의 때 "세계의 미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 수십년간 지속하고 번성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한 발언으로 시작한다.
문건은 "바이든 대통령 하의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장기적 입지를 강화할 결심이 서 있다"고 한 뒤 이 지역이 중국의 점증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을 정면 겨냥했다.
또 중국이 최고의 열강이 되기 위해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힘을 결합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강압과 공격성은 전 세계에 걸쳐 있지만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극심하다"고 적었다.
중국이 규칙과 표준을 변경하는 데 성공할지는 향후 10년간 미국과 동맹의 공동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며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다짐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마련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가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기조를 제시하고 2018년 초 인도태평양 전략 문건을 완성했다.
당시 문건 역시 중국의 영향력 공고화를 막고 미국의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는 일을 안보 위협의 최상위에 둘 정도로 중국 억제가 우선 순위로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주로 미중 일대일 대결 구도를 택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 파트너 규합을 통한 중국 협공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 방법론적으로 큰 차이점이다.
문건은 미국이 국내에서 힘의 기반에 투자하는 동시에 해외의 동맹, 파트너와 접근법을 일치시키면서 중국과 경쟁하겠다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홀로 달성할 수 없고 전례 없는 협업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증진 ▲ 지역 내외부의 연결망 구축 ▲ 번영 유도 ▲ 안보 증진 ▲ 초국가적 위협에 대한 회복력 구축 등 5대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안보 분야에서는 "통합 억지력이 접근법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21세기에도 변함없는 지역 동맹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문건은 미국의 목표가 중국의 변화가 아니라 전략적 환경을 변모시키려는 것이라고도 밝혔지만 중국을 겨냥한 흔적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향후 12∼24개월 이내에 추진할 10대 핵심 과제를 보면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구체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말 제시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구축을 위해 올해 초 새로운 파트너십을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IPEF는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한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시도라는 평가 속에 한국도 초기 논의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규칙에 기초한 접근법을 강조하면서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공격을 억지하겠다면서 대만의 안보 지원 입장도 재확인했다.
특히 쿼드에 대해 "최고의 역내 집단으로 강화하고 인도태평양에 중요한 문제 해결을 보장할 것"이라고 쿼드의 역할과 위상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쿼드 회원국이지만 오랫동안 비동맹 중립 노선을 걸어온 인도에 대해 "인도의 지속적 부상과 역내 리더십을 지원한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된다.
문건은 한국, 일본, 호주 등 역내 5개 조약 동맹과 관계 심화는 물론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와의 관계 강화를 공언했다.
특히 한미일 3국 협력 확대를 10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할 정도로 한일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는 미국이 앞으로 대중 견제 전선에서 한국의 동참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재확인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문건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인도태평양의 과제로 제시한 뒤 진지하고 지속적 대화를 추구하겠다면서도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어떤 공격도 저지하고 필요할 경우 격퇴(defeat)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경고 역시 담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인권에서 무역까지 대중 압력을 가하는 와중에 아시아에서 미국의 관여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평가했고, AP통신은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와중에 미국이 미국 국기를 흔든 것"이라고 비유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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