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은행서 현금 900만원 이상 인출·입금땐 출처 밝혀야
'사생활 과도 제약' 불만에 당국 "거래량 2%만 해당" 달래기
100% 추적 가능한 디지털 위안화 보급 전면화 속 현금 억제 기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내달부터 중국 은행에서 한화로 약 9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인출하거나 입금할 때는 신분 확인과 함께 용처나 출처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중국이 100% 추적이 가능한 '디지털 현금'인 디지털 위안화(e-CNY) 전면 보급에 나선 가운데 당국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현금 사용 억제에 나선 것인데 국가의 통제에 익숙한 중국인들 사이에서조차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현금 입출금 제한 조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금 입출금 증빙을 강화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는데 발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시행을 앞두고 뒤늦게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진 것이다.
3월부터 시행되는 새 규정에 따르면 은행에서 5만 위안(약 940만원) 이상의 현금을 찾거나 입금하려는 사람은 은행에 용처 또는 자금 출처를 밝혀야 한다.
또한 1만 달러(약 1천200만원) 이상의 외화를 인출·입금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
인민은행은 새 규정을 발표하면서 "국제 자금세탁방지 표준이 변화함에 따라 규정을 더욱 완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 1천만원 이상의 현금 원천과 용처를 모두 투명하게 밝히라는 새 규정이 개인의 경제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비록 돈을 입출금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공안, 검찰 등 사법 기관만이 자금의 원천과 용도를 조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도 "내 나이가 60이고 스마트폰으로 이체하는 게 불편한 게 정상"이라며 "내가 수십년 동안 모은 돈을 자녀들에게 주거나 차를 사는데도 은행의 통제를 받으라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인터넷에서 새 현금 입출금 규제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민은행은 새 규정 도입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을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펴면서 여론 무마에 나섰다.인민은행은 9일 밤 발표한 성명에서 "새 규정 실시의 주된 목적은 돈세탁 등 위법 행위 억제 통해 대중의 금융 안전과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5만 위안을 초과하는 입출금 업무량은 전체의 2%가량에 그쳐 전체적으로 새 규정이 고객들의 은행 업무에 끼치는 영향은 비교적 작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금 사용 억제 정책은 공교롭게도 중국 당국이 원할 경우 끝까지 추적이 가능한 디지털 위안화 보급을 전면화한 시점에서 발표됐다.
중국은 최근 개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내외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적극적으로 선전하면서 보급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디지털 위안화로 종이나 금속 재질로 된 기존의 현금을 상당 부분 대체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의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는 한 마디로 '디지털 현금'이라고 할 수 있다.
가상화폐와 정반대인 '중앙집중'에 기반한 디지털 위안화는 100%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경제·사회 통제권을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2019년 말부터 베이징, 상하이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공개 시험을 진행했는데 현재 이들 도시에서는 대규모로 사용되고 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 디지털 위안화 사용 가능 장소는 각각 2억6천만개, 800만곳을 넘겼다. 누적 거래액도 875억 위안(16조원)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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