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처럼 꾸며" 시드니 차이나타운 춘제 장식 논란
"중국인들, '죽음과 질병 상징하는 흰색과 파란색 사용' 비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호주 시드니 차이나타운에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흰색과 파란색을 이용한 장식이 등장해 현지 중국인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흰색과 파란색은 중국에서 죽음과 질병을 상징하는 색으로, 장례식장에서 켜는 등의 색이기도 하다.
시드니 차이나타운이 속한 지역 의회는 춘제를 축하하기 위해 흰색과 파란색 천으로 등과 나무를 감쌌다. 시드니에서 자라난 중국계 호주인 예술가 수전 천이 호랑이의 해에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들이다.
그러나 정작 현지 중국인들은 심각한 문화적 결례라며 분노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계 호주인 커뮤니티의 대표 헬렌 샴호는 "사람들은 장례식에 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차이나타운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며 "예술가의 작품은 존중하지만 이건 문화적으로 근시안적이며, 웃음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의회에 이의를 제기하자 나무를 둘러쌌던 천 장식은 제거됐지만, 등은 그대로 걸려있다고 전했다.
중국계 호주인 사업가 리처드 위안은 "지역 의회가 중국 문화를 무시한 것"이라며 "흰색과 파란색이 설날은 물론이고 중국의 어떠한 축하 행사에도 어울린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 중치 위안은 "중국 전통에서 흰색과 파란색은 장례식을 위한 것이다. 액운을 뜻한다"고 말했다.
지역 의회 대변인은 해당 색깔에 대해 지역 사회와 상의를 했냐는 질의에 지역 상공회의소, 기업들과 중국, 한국, 태국의 영사관·문화센터 등 많은 단체의 대표들과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를 만든 작가 천은 "흰색과 파란색의 중국 전통 도자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전통주의자들에게는 예상 밖의 색일 수 있지만 이는 전통적인 중국의 디자인에 깊이 뿌리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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