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 내일 정식 결정
문부과학성·외무성 회의서 추천하기로 결론…각의 후 추천서 제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2월 1일 추천한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내년에 세계유산에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이번에 사도 광산을 일본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힌 후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는 구상에 대해 한국과 중국 등이 비판하고 있지만, 기시다 내각은 자국 내 여론과 정치적 이해 관계 등을 우선시해 추천을 강행한다.
일본 정부는 31일 세계유산조약 관계 성청(省廳) 연락 회의를 열어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유네스코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2월 1일 열리는 각의(閣議)에 사도 광산 추천 건을 보고하고 각료들의 의견을 듣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유네스코에 정식으로 추천서를 제출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거점이 있는 프랑스 파리 현지시간으로 1일이 추천서 제출 마감일이다.
사도 광산은 일제 강점기에 전쟁 물자 등을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활용됐으며, 일제는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인을 대거 동원했다.
동원된 조선인 규모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최대 1천200여 명(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적어도 2천 명 정도"(히로세 데이조 일본 후쿠오카대 명예교수) 등의 분석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할 때 일제 강점기에 벌어진 강제 동원의 역사를 제외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사도시와 니가타(新潟)현이 앞서 공개한 세계유산 관련 자료에는 대상 기간이 에도 시대(1603∼1867년)까지로 제한돼 일제 강점기가 빠져 있었다.
일본 정부는 강제 동원 현장인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즉시 철회해야 한다는 한국 측의 비판에 대해 "한국 측의 독자적인 주장을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한국 측에 표명했다"(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고 반응한 바 있다.
한국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의 시도에 대응할 계획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 동원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을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기 위해 강제 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군함도 등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시설을 안내하기 위해 도쿄에 설치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조선인이 차별받지 않고 지냈다거나 강제노역·가혹행위 등이 없었다는 이미지를 조장하는 전시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업유산정보센터 등 일본 정부의 후속 조치를 점검한 뒤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그들의 의지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일하기를 강요받았다는 것과 일본 정부의 징발 정책에 관해 이해하도록 하는 조치" 등 약속을 이행하라고 작년 7월 말 내놓은 결정문에서 권고했다.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등재 여부는 내년 여름 결정될 전망이며, 이를 둘러싸고 국제무대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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