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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방법 찾아라"…거수기 거부한 SK이노 이사회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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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방법 찾아라"…거수기 거부한 SK이노 이사회 눈길
회사가 제시한 안건 이례적 '퇴짜'…대내외서 적극적 역할 나서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 이사회가 회사의 주요 안건을 대놓고 반대하면서 한층 강화된 역할과 독립성을 드러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기업 총수나 경영진의 결정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기존 '거수기' 역할의 오랜 관행을 끊어버리는 사례여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성장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재무 구조 등을 고려해 2021년도 주주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이사회는 지난해 연간 흑자전환을 이룬 만큼 주주 가치·신뢰와 경쟁사 현황 등을 고려해 경영상 어렵더라도 주주 배당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무배당 안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주주 배당과 관련해 원점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배당 안건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보통 중요 안건을 다룰 때는 이사회와 사측이 사전 조정·협의를 거친 뒤 안건을 올려 매끄럽게 처리하는데 이번 무배당 안건은 이러한 사전 과정 없이 상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김종훈 의장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회사 측은 영업 실적, 주식 시황, 자금 흐름 등이 좋지 않다며 배당할 여력이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그러나 다수 사외이사가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로 가뜩이나 주주 불만이 많은 만큼 어렵더라도 배당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어 "회사가 없는 현금을 만들어 내서 배당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보유 주식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배당을) 최대한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지배구조 혁신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각 관계사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정하도록 하는 등 이사회의 역할과 권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도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실질적 권한과 역할이 가장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구성을 보면 이사 7명 중 사내이사인 김준 부회장과 기타 비상무이사인 유정준 SK E&S 부회장 2명만 경영진이고 나머지 5명은 모두 사외이사이다.
사외이사들은 전문성과 현업 이해도가 높은 산업통상, 에너지, 화학, 회계 등 분야의 전문가들로 채워졌다.
김 의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 대표,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제19대 국회의원 당시에도 산업통상 분야에서 활동했다.
김 의장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051910]이 벌이던 배터리 분쟁에서 회사가 불리한 결정을 받을 상황에 처하자 지난해 3월 미국으로 건너가 직접 정부·정치권과 이해 관계자들과 만나 설득에 나선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같은 달 'LG 측이 요구하는 배상금이 과도하면 수용 불가'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그룹사 중 처음으로 '사외이사협의체'도 만들었다. 사외이사들이 회사의 투자 등을 더욱 면밀히 파악해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다.



이 밖에 SK이노베이션은 사외이사의 책임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 사외이사 전원에게 '스톡 그랜트'(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인센티브)도 부여했다.
김 의장은 "사내이사들은 CEO와의 관계 등으로 경영권 감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사회의 권한·역할이 커진 만큼 막중한 책임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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