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통상회담 '철강 232조' 논의…美, 조속한 협상 착수 거부(종합)
통상본부장, USTR 대표 만나 '철강 232조' 개선 협상 개시 촉구
USTR 대표, 中 겨냥 비시장적 행위에 의한 과잉 공급 우려 제기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권혜진 기자 = 정부가 미국 측에 철강 제품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의 개선을 위한 협상 개시를 촉구했으나 미국 측은 중국산 제품에 의한 시장 교란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철강 관련 제품에 대한 미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를 개선하기 위한 협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시작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현지시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회담을 열고 철강 232조 조치를 포함한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산업부가 이날 밝혔다.
여 본부장은 회담에서 철강 232조 조치의 개선 논의가 더딘 데 대해 국내 우려가 커지는 상황임을 재차 전달하면서 조속한 협상을 촉구했다.
USTR도 보도자료를 통해 "타이 대표는 비시장 행위에 의한 세계적 공급과잉에 따른 도전과 미국 업계의 강한 우려를 강조했다"며 "미국은 철강 산업의 탄소집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정리를 위한 현재의 대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중국산 철강에 대한 문제를 거듭 제기한 차원으로 풀이될 수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EU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 해소 직후 별도 회견을 자청, "중국 같은 나라의 더러운 철강이 우리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것이고 우리 시장에 철강을 덤핑해 우리 노동자들과 산업, 환경에 크게 피해를 준 나라들에 맞서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워싱턴DC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철강은 민감한 품목이고, 철강업체들이 집중적으로 글로벌 과잉 공급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타이 대표는 미국측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특히 올해 11월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를 언급, "선거가 있는 해에는 중서부의 스윙 스테이트(경합주)가 중요하고, 철강이 주로 그쪽 분야에 집중되다보니 미국에서도 한국의 우려를 이해하면서도 그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과 EU 합의 역시 쿼터를 설정하는 것이었고, 우리도 재협상까지는 협의를 해야 한다"며 "우리는 최대한 빨리 재협상을 하자는 것이 일관된 주장이지만, 미국에서는 일단 일본과 EU와 (먼저) 협상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여러 경로로 접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공급과잉을 언급한 USTR의 입장은 사실상 재협상 거절 아니냐는 질문에는 "거절은 아니지만, 미국의 기본적 시각은 철강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아시아에서 시작된 공급 과잉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직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명목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인용해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물량을 제한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EU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철폐했으며 일본과도 협상을 재개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미국에 한국산 철강에 대한 쿼터 확대와 운영의 신축성 검토를 요구하며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여 본부장과 타이 대표는 미국이 포괄적인 경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구상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한 포괄적인 경제협력 구상으로,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반중전선'의 경제 연대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한미FTA 공동위원회에서 합의한 실장급 '신통상 협의 채널' 구축을 통해 공급망, 기후변화, 디지털 등 새로운 이슈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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