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은 푸틴이지만…바이든 시험하려고 줄 선 적수들
북한은 핵·ICBM 시험 재개 시사…중국·이란도 '호시탐탐'
CNN "미 예전만 못하다는 광범위한 인식 하에 미국에 도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가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리더십을 시험하려는 미국의 적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조치 철회를 시사한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이란 등도 언제라도 치고 들어와 바이든 대통령을 시험대에 올리겠다는 기세다.
CNN방송은 2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을 시험하려 줄 선 미국의 적국들'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로 궁지에 몰려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상황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히는 당장의 문제는 단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다.
24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8천500명의 미군 병력에 내린 유럽 파병 대비 지시는 하루가 다르게 일촉즉발로 치닫는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의 수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대러시아 대응에 있어 유럽 동맹국의 셈법이 제각각 조금씩 달라 미국과 완전한 공조를 이뤄내기 어려운 현실도 바이든 대통령에겐 쉽지 않은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동맹국 정상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화상 통화를 하고 "완전한 의견일치를 이뤘다"며 단일대오를 강조했으나 동맹 간 '동상이몽'은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의 골칫거리라고 CNN은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극적으로 평화적 해법을 도출한다고 해도 예전과 다른 미국의 위상을 시험해 보고 영향력 확대에 나서려는 국가는 한둘이 아니다.
당장 북한만 해도 잇단 미사일 발사도 모자라 핵실험·ICBM 시험발사 재개 검토를 내세워 대미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CNN은 "미국이 북핵의 무시무시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북한의 김정은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미 본토를 시야에 둘 수 있다는 건 어느 미 대통령에게나 악몽 같은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CNN은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 서부해안 공항에 이례적으로 항공기 이륙중단 명령이 내려진 사실에 주목하기도 했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꼽는 최대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미 압박에 나서기 전부터 미국은 경제와 안보, 신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첨예한 경쟁을 벌여왔다.
CNN방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망이 현재 세계의 이목을 붙잡고 있으나 향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재앙적 강대국 간 충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미국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이란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예멘 내전의 수렁 역시 바이든 대통령에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각의 사안에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중첩돼 있다는 사실도 바이든 대통령을 더욱 골치 아프게 하는 변수다.
CNN은 "푸틴은 바이든이 중국의 위협으로 선회하고 싶어한다는 걸 잘 알고 미국이 정신 팔렸는지 알아보는 게 당연하다. 중국으로선 미국이 유럽에 발묶이는 게 좋을 것이다. 미국은 아마 북한의 도발 저지를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러시아는 이란 핵협상에 핵심 플레이어"라고 지적했다.
CNN은 또한 미국이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이 각국에 광범위하게 퍼진 가운데 미국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기자에게 "멍청한 개XX"라고 말했다가 사과했는데 CNN방송은 중압감의 발로로 벌어진 사건일 가능성에 일부 외국 지도자들이 주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