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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정계은퇴…총선 보이콧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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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정계은퇴…총선 보이콧 촉구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3차례나 총리를 역임한 레바논의 이슬람 수니파 정치지도자 사드 하리리(51)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특히 그는 이란의 영향력 행사를 국가 발전 저해 요인으로 꼽으면서 자신이 주도하는 정당에 총선 보이콧을 촉구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리리 전 총리는 24일(현지시간) 베이루트 자택에서 TV로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정치와 의회에서 더는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이란의 영향력과 국가 분열, 파벌주의, 국가의 몰락 등을 고려하면 레바논에는 어떠한 긍정적 기회의 여지도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정 정파 헤즈볼라의 영향력 확대, 종파 간 권력 분쟁과 부패로 레바논의 통치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내몰린 상황을 개탄한 것이다.
하리리 전 총리는 또 자신이 이끄는 최대 이슬람 수니파 정당인 '미래 운동'에는 5월로 예정된 총선을 보이콧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런 결정에 이란의 영향력 행사 등 다수의 요소가 고려되었다고 설명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하리리 전 총리의 정계 은퇴와 선거 보이콧 선언이 5월로 예정된 총선 일정에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진단했다.
그의 정계 은퇴와 총선 보이콧 선언이 정치적 불안정을 확대해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진 레바논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제사회는 만연한 부패를 뿌리 뽑을 힘 있는 정부 구성을 원조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로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하리리는 2009∼2011년과 2016∼2019년 두 차례 레바논 총리를 지냈다.
또 그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를 수습할 적임자로 2020년 10월 다시 한번 총리로 지명됐으나 정치 갈등 속에 내각 구성에 실패한 뒤 지난해 6월 사임했다.
하리리 부자를 지지해온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2017년부터 '미래 운동'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그의 정치적 영향력도 쇠퇴했다는 분석도 있다.
레바논은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 후 종파 간 세력 균형을 이유로 독특한 정치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계에서 점점 더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반면 사우디의 지지를 받았던 하리리의 정계 은퇴로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권력분점이 낳은 정계의 부패와 무능은 경제위기로 이어졌고,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로 골이 깊어지면서 레바논을 사실상의 국가 붕괴 상태로 내몰았다.
세계은행(WB)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엘리트들이 만들어낸 경제 침체가 레바논의 장기적 안정과 사회적 평온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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