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책임자' 2년만에 공직 복귀…중국서 비판 쇄도
마궈창 전 우한시 당서기, 우한 봉쇄 2주년일 '부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부적절한 대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한(武漢)에서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저지할 소중한 기회를 잃게 했다고 비난을 받았던 전 우한(武漢)시의 책임자가 공직에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우한 봉쇄 2주년 날 공직에 돌아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에서 비판 여론이 일었지만 당국은 인터넷 검열로 대응했다.
24일 후베이성 인민대표대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날 연례회의에서 마궈창(馬國强) 전 우한시 당서기가 후베이성 인민대표대회 부주임으로 선출됐다.
마궈창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우한시 일인자인 당서기를 맡았던 인물로서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초기 대처 실패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다.
마궈창이 이끌던 우한시 당국은 2019년 12월부터 화난(華南)수산시장 상인을 중심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중증 호흡기 질환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축소·은폐하고 미온적 대처에 나서 인류가 이 병의 확산을 조기에 통제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놓치게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2020년 1월에 접어들어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가 수십명 발생한 가운데서도 우한 당국은 '사람 간 전염은 없다. 통제할 수 있고 막을 수 있다'(人不傳人 可控可防)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예년처럼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직전 4만 가구가 참가한 대규모 신년 잔치를 열기도 했다.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가 '유언비어'를 유포했다고 공안으로부터 '반성문'을 쓰는 처분을 받은 의사 고 리원량(李文亮·1986∼2020)의 사례는 당시 당국의 부적절한 코로나19 대처를 상징하는 사례로 남아 있다.
마 전 서기는 2020년 1월 말 중국 관영 매체와 인터뷰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만약에 조금 일찍 현재와 같은 통제 조처를 내렸다면 결과는 지금보다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우한 봉쇄 직후인 2020년 2월 13일 상급자인 장차오량(蔣超良) 후베이성 당서기와 함께 경질됐다.
당시 중국 안팎에서는 인구 1천만명이 넘는 우한 전면 봉쇄로 극도로 불안해진 민심을 무마하고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이 지도부로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자 중국 공산당 수뇌부가 후베이성과 우한시 일인자 경질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 후보위원 신분을 유지하던 마궈창은 우한시 당서기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2년 가까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이번에 공식적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마궈창의 공직 복귀에 대체로 부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누리꾼 'v****'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이렇게 큰일을 내고도 (복귀가) 가능한가……"라고 물었고, "그들은 후베이성 인구가 아직도 약간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꼬는 사람도 있었다.
다른 누리꾼은 "하루 앞도 하루 뒤도 아니고 딱 1월 23일이라니 정말 재미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폭발적인 유행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뒤인 2020년 1월 23일 예고 없이 인구 1천만명이 넘는 후베이성의 중심 도시인 우한 전격 봉쇄를 시작했다.
마궈창의 공직 복귀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글들은 인터넷에서 대거 삭제됐다. 삭제된 글이 있던 자리에는 '부당한 발언으로 필터링 처리되어 볼 수 없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 2년이 지나는 동안 중국은 대대적인 내부 선전을 통해 자국이 우한 봉쇄 등 과감하고 강력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을 통해 중국 내부를 안정시키고 세계와 인류에 기여했다고 주장해왔고, 실제로 현재 중국 국민 절대다수는 이런 인식을 굳게 공유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선진국들은 중국에 코로나19 확산에 책임이 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거꾸로 코로나19가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식의 역공을 펴면서 국제사회 차원의 코로나19 기원 규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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