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한 지붕 두 의회…여야 각각 의장 선출
카스트로 대통령 취임 앞두고 여당 내 '반란'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중남미 온두라스 의회에서 차기 대통령 취임식을 코앞에 두고 국회가 두 쪽으로 갈라져 대치하는 중이라고 로이터, AFP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2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룬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7일 취임하는 데 앞서 여야가 각각 내세우는 두 명의 국회의장이 등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갈등의 불씨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카스트로 당선인의 자유재건당(LIBRE)에서 국회의장 선출을 놓고 '반란'이 일면서 불거졌다.
이 같은 반란 조짐은 대선 후 처음 열린 지난 21일 의회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원래는 이날 국회의장 투표에서 루이스 헤돈두 의원이 카스트로 당선인의 지지 속에 당선될 예정이었으나 자유재건당 내 의원 약 20명이 돌연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의원은 호르헤 칼릭스로, 야당인 국민당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칼릭스 의원이 이날 연단에 올라 국회의장 선서를 시도한 순간 자유재건당 내 카스트로 당선인 충성파가 몰려가 이를 저지하려 하면서 고성, 막말, 주먹다짐이 오가기도 했다.
카스트로 당선인은 즉각 이번 사태를 '배신'이라고 규정하고 18명의 의원을 자유재건당에서 쫓아냈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당선인은 대선 당시 또 다른 야당인 PSH당과 손잡으면서 그 대가로 헤돈두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앉히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칼릭스 의원의 등장으로 이제 온두라스 의회는 두 명의 국회의장이 대치하는 형국이 됐다.
칼릭스 의원은 카스트로 대통령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협력하겠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카스트로 대통령은 "부패 세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여전히 헤돈두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지목했다.
카스트로 당선인은 오는 27일 취임하면 중앙아메리카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그는 2009년 쿠데타로 축출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국민당의 12년 독주를 끝내고 좌파 연정으로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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